측근 체포·탈당…궁지 몰린 칸 파키스탄 전 총리 "대화하자"
지지자 시위 독려하다 입지 좁아지자 태도 변화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반정부 시위를 독려하던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지지자들이 대거 체포되고 측근들이 줄지어 떠나자 당국에 대화를 제의했다.
27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매체에 따르면 칸 전 총리는 전날 유튜브를 통한 화상 연설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당국을 상대로 당장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모든 국가기관이 내 당과 함께 앉아 국가를 발전 궤도에 올려놓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결책은 국가 기관이 각각의 헌법적 역할 내에서 작동하는 데에 있다고 덧붙였다.
칸 전 총리는 2018년부터 집권하다 작년 4월 의회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밀려난 상태다.
총리직 퇴출 후 조기 총선 등을 요구하며 지지자들의 시위를 독려하던 그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화를 제의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지 언론은 칸 전 총리의 입지가 최근 크게 좁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야권 지지자들은 칸 전 총리가 지난 9일 부패 혐의로 체포된 직후 군부대와 언론사, 경찰서 등지를 습격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1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되는 등 시위 양상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자 당국은 군 병력까지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했다.
칸 전 총리는 법원 명령에 따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당국은 칸 전 총리의 측근과 지지자 등 5천여명을 체포하며 그의 '손발'을 묶었다.
이와 관련해 파키스탄 반테러 법원은 체포된 이들 가운데 33명을 군 법정으로 넘긴 상태다.
동시에 아사드 우마르 전 재무장관이 칸 전 총리가 이끄는 야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의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야권 지도부가 최근 잇따라 탈당하거나 정치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칸 전 총리는 PTI의 지도자들이 당을 와해하려는 당국의 압박과 공작에 의해 사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칸 전 총리에 대한 압박의 배후에는 군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파키스탄 군부는 1947년 파키스탄이 영국에서 독립한 뒤 여러 차례 쿠데타를 일으켜 직접 정치에 참여했다.
군부는 현재 정계의 최전선에 나서지는 않지만, 여전히 정치·사회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실세 집단으로 꼽힌다.
칸 전 총리도 2018년에는 군부의 비호 아래 총리에 당선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칸 전 총리는 취임 후 현 육군참모총장이자 당시 정보국(ISI) 수장이었던 아심 무니르를 경질하는 등 군부와 갈등을 빚었다.
이후 군부는 칸 전 총리 퇴출과 현 셰바즈 샤리프 정부 출범에 깊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칸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에는 유세 도중 괴한의 총격으로 다리를 다치자 현 정부와 함께 군부가 자신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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