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진출 D-10]④"태극무늬 목걸이줄 홍보도…한국, 유엔의 모델"

입력 2023-05-28 07:01
[안보리진출 D-10]④"태극무늬 목걸이줄 홍보도…한국, 유엔의 모델"

황준국 유엔대사 인터뷰 일문일답…"북핵 등 안보리 담론에 영향줄 것"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안보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용론이라고 말하지만 이사국이 되려는 경쟁은 예전보다 더 심해졌습니다. 저희도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습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27일(현지시간) 뉴욕 주유엔대표부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자마자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안보리(SECURITY COUNCIL) 2024-2025'라고 적힌 목걸이형 출입증 케이스를 내밀었다.

태극 무늬가 그려진 이 주황색 '목걸이줄'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운동을 위해 황 대사가 디자인한 것으로, 5월 초부터 대표부 직원들이 걸고 다니며 홍보 중이다.

다음달 6일 열리는 비상임이사국 선거 중 아시아·태평양 1개 자리는 한국이 단독 입후보한 상태다. 그만큼 당선이 매우 유력하지만, 황 대사는 "최대한 많은 표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다음은 황 대사와의 일문일답.

-- 한국의 안보리 도전을 알리는 '목걸이줄'이 눈에 띈다.

▲ (아·태 지역에서) 경합국이 없기는 하지만 한국을 안 찍거나 잊어버리는 나라가 있을지 모르니 5월 들어 한 2주 전부터 차고 다닌다. 가장 눈에 띄는 주황색을 선택하고, 태극 무늬를 넣고, 글자 크기까지 다 신경써서 디자인했다.

--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투표 전망은 어떤가.

▲ 128표(유엔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만 넘어가면 되는데 시에라리온과 알제리, 가이아나 등 다른 무경합국과 달리 아무래도 우리는 서방 쪽으로 분류되니까 북한 등 반대할 나라가 좀 있다. 무경합국 중에선 우리가 가장 적은 표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128표를 못 넘길까 걱정하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마지막까지 득표 활동을 하고 있다.

-- 중국이나 러시아의 방해 공작은 없나.

▲ 그런 조짐이나 징후는 없다. 유엔에서 그런 작전을 펼치면 소문이 난다. 본국에서 내밀하게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우리를 대신할 경합국도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그렇게까지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 이번 선거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 유엔에서도 중요 선거는 각국 대사가 아닌 외교장관이나 대통령의 결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주로 (외교부) 본부 차원에서 캠페인을 많이 하고 여기서 하는 건 보완적이다. 또한 각 공관에서 고위급을 찾아다니면서 상당히 오랜 기간 지원 활동을 했다. 우리 본부와 재외공관장, 유엔대표부 3자가 합동으로 서로 보완하면서 막판 스퍼트하고 있다.



--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경쟁은 얼마나 치열한가.

▲ 흔히 '안보리 무용론'이라고 말하지만 그런데도 안보리 이사국이 되기 위해 많은 나라가 총력을 기울이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사국 경쟁은 예전에도 심했지만 지금은 더 심해졌다. 심지어 서구 국가들로 구성된 서유럽·기타그룹(WEOG)조차 다른 유엔 선거는 거의 미리 조율하는데 안보리 이사국 선거는 막판까지 얼굴을 붉히면서 싸운다. 여기 대사들은 직을 걸고 (선거운동을) 한다. 안보리 이사국 선거는 EU와 같이 유사입장국끼리도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외교적 경쟁이라는 뜻이다.

-- 한국이 세 번째로 안보리에 진출하는 의미는.

▲ 과거 진출했을 때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위상이 상당히 달라졌고, 국제 정세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 두 가지 측면에서 안보리 진출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한국은 경제력, 군사력뿐 아니라 문화력까지 모든 측면에서 국력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한반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글로벌 중추국가, 글로벌 기여국가, 글로벌 책임국가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 안보리 활동이 중요한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국제 정세는 예전보다 더 상호연결이 강화되고, 모든 도전 과제가 서로 맞물려 있다. 사이버, 인공지능(AI), 기후 위기 등 옛날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신흥 이슈들이 생겨나 안보리도 달라진 세상을 반영해야 한다.

-- 현재 한국의 국제사회 위상은 어떤가.

▲ 경제가 어려워 다른 선진국들은 ODA(공적개발원조)를 깎거나 동결했는데 우리가 20% 이상 증액한 것은 굉장히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시에 우리 정부는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국제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유엔과 같이 태어난 우리나라는 유엔의 3대 핵심 가치인 안보·평화, 개발, 인권을 실현한 거의 유일한 국가다. 그런 의미에서 선진국이나 개도국 모두 한국을 유엔의 모델로 생각할 측면이 있다.

-- 안보리에 들어가면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문제 대응의 돌파구를 찾을까.

▲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기는 어렵다. 안보리 내에서 중국, 러시아의 입장이 워낙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절차적으로 관여할 수는 있다. 특히 우리가 의장국일 때는 더욱 그렇다.

또 안보리 논의의 다이내믹이 달라질 수 있다. 중국, 러시아가 지난 3∼4년간 (북핵 문제에 관한) 양비론을 많이 퍼뜨렸는데 우리가 안보리에 들어가면 당사자로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양비론의 허구성을 드러낼 수 있다. 안보리 내 담론의 다이내믹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도 우리가 안보리에 들어오는 게 북한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북한 인권 문제는 어떻게 다룰 생각인가.

▲ 북한 인권 상황도 안보리 공식 의제다. 북한 인권은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과 직결돼 있어 결국 평화와 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보리가 공식 회의를 해야 한다. 공식 회의를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절차 투표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이사국으로 들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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