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 네이버 접속 차단…장기화 우려속 교민 불편가중

입력 2023-05-25 17:13
중국 전역 네이버 접속 차단…장기화 우려속 교민 불편가중

VPN 이용하면 접속 가능하지만 번거로움 많고 사용 자체가 불법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에서 한국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035420]에 대한 접속 장애가 계속되면서 교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연합뉴스가 중국 전역의 교민사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등 대도시는 물론 허베이성, 랴오닝성, 지린성, 쓰촨성, 장쑤성, 산둥성 등 대부분 지역에서 네이버 접속이 차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접속은 되지만, 로딩 속도가 터무니없이 느려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담은 공동성명이 발표된 다음 날인 지난 21일 네이버 접속이 차단된 사실이 알려진 이후 네이버 접속 장애는 5일째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의 네이버 접속 장애에 대해 도메인네임시스템(DNS) 주소 변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넷 주소창에 네이버 웹사이트 주소(도메인)인 'www.naver.com'을 입력하면 DNS 서버가 이를 숫자로 된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로 변경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네이버와 관계없는 엉뚱한 숫자로 변경해 사이트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법 도박 사이트나 성인 사이트 주소를 입력할 경우 경고 사이트로 연결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DNS 서버는 이동통신회사가 관리하는데, 중국도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 차이나유니콤(中國聯動), 차이나텔레콤(中國電信) 등 통신사들이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접속 장애에 대해 '거대한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는 연합뉴스에 "같은 날 중국 전역에서 동시에 네이버가 열리지 않는다는 점을 볼 때 특정 세력이 개입했다고 보는 게 가장 합리적 추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하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고, 한국 외교라인의 문의에도 답변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접속차단이 당분간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네이버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주재원, 유학생, 기업인 등은 물론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한인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유학생은 "최근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면 네이버 차단이 가장 큰 이슈"라며 "학생들은 논문이나 신문 등 각종 자료 검색과 함께 네이버 사전을 많이 이용하는데 지금은 VPN을 켜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VPN을 사용하면 중국 프로그램과 충돌이 발생한다는 점도 교민들을 불편하게 한다.

한 교민은 "VPN을 켜면 바이두 등 중국 앱에 접속할 수 없다"며 "그때마다 VPN을 끄거나 휴대전화를 껐다가 다시 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직원을 고용하는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인들은 수년 전부터 차단된 다음과 카카오톡을 이용하기 위해 대부분 VPN을 사용하는데, 중국인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중국인 직원들의 가장 큰 역할은 네이버 검색 등을 통해 각종 한국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것인데,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VPN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며칠째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내 VPN 사용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중국에서는 세계 대부분 사람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구글, 지메일, 넷플릭스, 위키피디아 같은 주요 인터넷 서비스 접근이 불가능하다.

중국은 2009년 법률 개정을 통해 "컴퓨터 정보 시스템을 불법적으로 통제하거나 방해하는 장비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지난 2021년에는 '네트워크 데이터 안보 관리 규정' 초안을 발표하며 VPN 사업자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으나, 이 규정은 현재 실행되지는 않고 있다.

한 교민은 "중국이 VPN 사용자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면 우리는 모두 범죄자가 되는 셈"이라며 "중국의 단속에 노출된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