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전피해단체 활동가 "오염수 정화 어려워…방류시점 늦춰야"
후쿠시마 거주 곤노 스미오 "시료 채취 못하는 시찰은 한계"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해도 괜찮다면 처음부터 모아놓을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요. 안전하지 않고 정화할 수 없으니까 보관했던 것 아닙니까. 방류를 시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릅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지속해서 반대해 온 곤노 스미오(59) 씨는 25일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 자택 인근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물은 핵종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처리수가 아닌 오염수"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고 있다. ALPS 처리를 거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원자력발전사고 피해단체 연락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곤노 씨는 동일본대지진 때 큰 피해가 난 후타바군 나미에 마을 출신이다.
그는 대지진 이전에는 원자력발전 관련 설비와 기기 점검 일을 했고, 대지진 이후에는 원자력발전 관련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곤노 씨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오염수의 방사성물질을 줄이려면 방사성 원소의 원자 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10여 년 만에 방류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오염수를 보관할 수 있는 대형 탱크를 더 건설해 방류 시점을 늦추는 것이 피해를 줄일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일본 정부는 이러한 견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곤노 씨는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내실 있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도쿄전력이 안내하는 시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실태를 알 수 없다"며 "겉모습만 좋은 오염수 설비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시찰단이 원전 현장에서 직접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고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어민들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후쿠시마 어민들이 언급하는 이른바 '소문 피해'에 대해서는 "오염수가 좋지 않다는 것은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라며 "오염물질을 희석했다고 해서 위험성이 사라진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곤노 씨는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의 오염물질은 깊은 곳에 있다"며 "누군가는 후쿠시마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깊은 곳에서 잡힌 물고기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후쿠시마 지역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은 흙의 오염물질을 제거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제염(除染·오염물질을 없앰) 작업을 하지 않은 곳에서 자라는 야생 버섯이나 죽순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오염수 방류 시기를 예측해 달라는 질문에 "전혀 모르겠다"고 답한 곤노 씨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오염수를 걱정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모든 나라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무리해서 오염수를 방류하려 하는 까닭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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