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사라지고 거래 증가…서울 아파트값 1년 만에 올랐다

입력 2023-05-25 14:00
급매물 사라지고 거래 증가…서울 아파트값 1년 만에 올랐다

이번주 0.03% 상승…전세 수요 증가에 서울 전셋값도 동반 상승

강남권 급매물 소진되며 호가 상승 견인…잠실 아파트 올해 3억원↑

전문가 "역전세난·경기 침체 우려 여전…추세적 반등으로 보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급매물이 소진된 서울 아파트값이 1년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최근 역전세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셋값도 반등했다.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이 바닥을 찍고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서울 아파트값 1년 만에 상승 전환…강남권이 주도

25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03% 상승해 지난해 5월 첫주(0.01%) 이후 1년여 간의하락을 멈추고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5월 첫주 0.01% 올랐으나 이후 보합을 유지하다 5월 말 조사에서 상승률이 -0.01%를 기록한 뒤 금리 인상, 거래 절벽 여파로 지난주까지 51주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 초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리고, 대출·세제·재건축 등 각종 규제 완화 정책 시행으로 거래가 조금씩 늘기 시작하면서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호가도 상승 전환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천155건으로 3천건을 넘어섰다. 예년 평균인 5천∼6천건에는 못미치지만 2021년 8월(4천65건)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다 거래량이다.

이로 인해 급매물이 소진되며 상승 거래 지역도 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상승 거래 비중은 46.1%, 하락 거래는 39.5%로, 작년 4월 이후 1년 만에 상승 거래가 하락 거래를 역전했다.

강남권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송파구는 지난주 0.11%에서 이번주 0.26%로 오름폭이 크게 뛰었다.

잠실·가락동 등 대단지 아파트에서 급매물이 소진된 후 호가가 상승한 매물들도 속속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99㎡는 올해 1∼2월 18억∼19억원대 급매물이 소진된 후 이달 18일과 24일에는 각각 22억2천만원, 22억3천만원에 실거래가 신고가 이뤄졌다.

약 석달 만에 2억∼3억원 이상 상승하며 작년 9월 수준의 가격을 회복했다. 지난해 3∼4월 최고가(26억5천만원) 대비 84% 선까지 접근했다.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95㎡는 지난해 말 17억원대에 팔렸으나 지난달 2억원가량 뛴 18억5천만∼19억5천만원까지 실거래가가 상승했다.

전용 99.6㎡는 올해 초 20억원대에서 지난달 말에는 22억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송파구에 이어 강남구가 0.19% 올라 두번째로 상승 폭이 컸고, 서초구(0.13%)와 강동구(0.05%) 등 강남권의 오름세가 이어졌다.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동작구는 0.05%, 용산구는 0.04% 뛰었고, 마포구는 0.02% 올라 2주 연속 상승했다.

중구도 지난주 -0.01%에서 이번주 0.03%로 바뀌었고, 2주 전 보합에서 지난주 0.02% 하락했던 성동구는 한 주 만에 다시 보합 전환했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이 활발한 양천구는 작년 6월 둘째주부터 이어진 하락을 멈추고 11개월여 만에 보합 전환했다.

인천은 송도국제도시 등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호가가 오르면서 지난주(0.03%)에 이어 이번주에도 0.02% 상승했다.

다만 경기도는 0.06% 내려 지난주(-0.02%)보다 낙폭이 커졌다.

반도체 특수를 누리고 있는 용인 처인구(0.32%)를 비롯해 용인시가 0.03% 상승했고, 화성(0.15%), 광명(0.08%) 등지도 강세가 이어졌다.

평택은 4주째 이어진 상승세를 멈추고 이번주 0.04% 하락했다.

지방에선 세종(0.19%)의 상승세가 이어진 가운데 전국 아파트값은 -0.05%로 지난주 수준을 유지했다.



◇ 전문가 "기술적 반등 가능성, 추세적 상승으로 보긴 어려워"

전세 시장은 역전세난 우려가 여전하지만 단지별로 전셋값이 오르는 곳도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주(-0.06%) 대비 0.01% 올라 작년 1월 셋째주(0.01%) 이후 1년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최근 대출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대출을 받아 상급 지역의 전세로 이전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최근 시중 금리 안정화 이후 다시 전세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일부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호가가 상승했다"고 말했다.송파구의 전셋값 상승률이 지난주 0.06%에서 이번주는 0.54%로 급등했고, 강남구도 지난주 0.02%에서 이번주 0.24%로 오름폭이 커졌다.

동작(0.08%)·마포(0.05%)·양천(0.03%)·강동(0.02%)·은평구(0.01%) 등지도 전셋값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 아파트값이 올랐지만 본격적인 상승세로 보긴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3.5%로 3연속 동결하면서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고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반등한 것은 강남권 등 낙폭 과대 지역을 중심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라며 "추세적인 상승세라기보다는 기술적 반등에 가깝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최근 역전세난과 경기침체, 실질 소득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집값이 바닥을 찍고 상향하는 'V자형'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며 "일부 지방은 4월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하락한 만큼 지역별 편차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도 "주거 선호도가 높은 상급지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상승거래가 늘면서 아파트값이 완만한 회복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도 여전해 추세적 상승기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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