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디샌티스'…2024 美대선, 공화당 후보경선 본격 점화
디샌티스, 트위터서 '보수 인플루엔서' 머스크와 대담 통해 출사표
초반 트럼프 우세…'리틀 트럼프', 트럼프와 차별화하며 공세 펼듯
트럼프, '배은망덕' 낙인찍기…트럼프 지지자도 디샌티스공격에 가세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4일(현지시간) 2024년 미국 대선 출마를 공식화함으로써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전의 대진표가 확실한 윤곽을 드러냈다.
이로써 공화당에서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를 비롯해 디샌티스 주지사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 에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기업가 비백 라마스와미 등이 후보로 나섰다. 앞으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등판이 예상되는 정도다.
지금까지 판세를 보면 향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은 극우에 가까울 정도로 보수 성향이 짙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간 양강 대결로 좁혀질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44세인 디샌티스 주지사는 한때 '리틀 트럼프'로 불리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사한 극우 노선을 밟으며 정치적 입지를 굳혔지만, 지난해 재선 승리 이후 독자적으로 존재감을 키우며 '트럼프 대항마'로서 몸값을 한층 불렸다.
특히 연말을 전후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거나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며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디샌티스 주지사가 본격적으로 경선전에 뛰어들면서 판세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CNN 여론조사에서 친(親)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53%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 지지율은 절반 수준인 26%에 불과했다.
퀴니피액대가 18~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56%의 지지율을 기록해, 디샌티스 주지사(25%)를 31%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CNN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의 유권자는 두 후보 중 어느 쪽으로의 지지에도 열려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상황은 다분히 가변적이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본선 경쟁력에서 앞서는 것으로 드러나, 이를 감안해 정권을 되찾기 위해 공화당 유권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할 경우 판세는 한층 안갯속에 빠져들 수 있다.
공화당 여론조사기관인 퍼블릭 오피니언 스트레티지스(POS)가 지난 15~27일 경합주인 애리조나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본선 경쟁력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6%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4%)을 근소하게 앞섰지만, 디샌티스 주지사와 가상대결에서는 각각 43%와 47%의 지지율을 기록해 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대담을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이후 한층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긴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수 인플루엔서'라는 점에서 그를 등에 엎고 화려하게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머스크 후광효과'가 주목된다.
출마 형식도 전통을 탈피하고 '트위터 스페이스'라는 소셜미디어의 음성 채팅방식을 택하는 파격을 보였다.
과거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주무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해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하는 행보다.
정작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지지자들을 결집해 한 시간가량 바이든 대통령을 규탄하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CNN은 "트위터 스페이스를 활용한 그의 출마 선언은 정글과도 같은 소셜미디어에 적응한 '포스트 트럼프'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미디어를 택한 만큼 중도 유권자층에서는 디샌티스에 대한 의구심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선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의 공방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레이드 마크인 공립학교에서의 성정체성 교육 금지를 비롯해 보수적인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디샌티스 주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기간 내내 보수 선명성 경쟁을 내세운 진흙탕 비방전을 벌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부진 속 화려한 승리를 거두며 트럼프 대항마로 떠올랐다"며 "디샌티스는 가장 논쟁적 방식으로 캠페인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이어 "디샌티스는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을 대체로 무시해 왔지만, 그와 지지자들 모두 본선 경쟁력 측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본격적으로 맞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극우 성향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은 이미 디샌티스 주지사 공격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를 비방하는 각종 별명을 십여 개가량 이미 지어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의 첫 주지사 선거 당시 본인의 도움을 강조하며 '배은망덕한 정치인'이라는 특유의 낙인찍기로 그를 잇달아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슈퍼팩(미국의 정치자금 기부단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출마와 관련, "역사에서 가장 비신사적인 선거 운동 중 하나"라며 "트위터 선거 운동보다 더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마이애미 포시즌스에서 열리는 애프터 파티뿐"이라고 비난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고액 후원자들은 25일부터 사흘간 포시즌스 호텔에서 모금 캠페인을 진행한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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