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요리학교서 열린 한식 워크숍…예비셰프들 "김치는 과학"
한·스위스 수교 60주년 기념행사로 기획…"한식에 더 많은 관심 가져 주길"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김치가 굉장히 과학적인 음식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24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휴양지 몽트뢰 인근의 세자르 리츠 호텔학교 요리 아카데미에서는 미래의 세계적 셰프를 꿈꾸는 각국의 예비 요리사 36명이 김치 만들기를 실습하고 있었다.
조리실에 모인 호텔학교 학생들은 절인 배추를 앞에 두고 강연으로 들은 김치 요리법을 한 단계씩 따라 했다. 장갑을 낀 채 김칫소에 들어갈 양념을 만들고 배추를 버무리는 학생들의 손은 분주했다.
세자르 리츠 호텔학교는 영국 고등교육 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 대학 순위에서 올해 요리 교육 분야 6위를 기록한 명문 학교다. 이날 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의 국적이 20개국에 이를 정도로 세계 각국의 예비 요리사들이 실력을 키우는 곳이다.
이날 열린 한식 워크숍은 주스위스 한국대사관이 한·스위스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기획했다.
김치를 직접 만들어본 예비 요리사들의 반응은 진지했다.
마틴 아타얀(19·미국) 씨는 "김치가 매운맛의 한국 음식 가운데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워크숍을 통해 조리법을 배우고 나니 굉장히 과학적인 음식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의 전통까지도 엿볼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디샤 헴라자니(19·인도) 씨는 "한국의 문화가 많은 관심을 받으며 유행하고 있어서 인터넷 등으로 접한 정보를 갖고 한식 만들기를 해 본 적이 있었는데 직접 보고 배운 것과 달리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김치 만들기를 직접 배워 보니 내가 왜 한국 음식을 잘 못 만들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면서 "이번 워크숍이 한식의 조리 체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워크숍이 끝난 뒤에는 요리학교 교수진이 직접 만든 한국 음식 11가지가 선을 보였다. 잡채와 갈비찜, 김치·깍두기 등 다채로운 한식 메뉴가 이 학교 학생 260여명에게 제공됐다.
교수진에 요리법을 전수한 특별 강사는 금창록 주스위스 한국대사의 부인 조희찬 씨다. 조씨는 행사 3주 전에 교수 3명을 관저로 초청해 한식 조리법을 알려줬고, 이날 워크숍에서는 학생들에게 김치 조리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금 대사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학에서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세계 유수의 호텔과 식당에서 일하게 될 미래의 요리사들이 한국 음식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탄야 프로렌탈 학장도 "한국과 스위스의 수교 60주년 행사가 우리 학교에서 열린 건 기쁜 일"이라며 "이번 한식 홍보 행사를 계기로 두 나라가 더욱 협력 관계를 긴밀하게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주스위스 한국 대사관은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 중순까지 한식 홍보 행사를 이어간다.
로잔과 루체른, 베른에 있는 호텔학교 등지에서 예비 요리사들과 교수진, 사회 저명인사 등을 대상으로 한식 요리법 실습과 시식 행사 등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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