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탄소중립 정책경쟁…"기후변화 고려 안하면 투자도 없다"
ITF 교통장관회의 패널토론…원희룡 장관·유정준 SK그룹 부회장 참여
원희룡 "2050 탄소중립, 대통령과 저의 어젠다"
대세는 친환경차·대중교통 활용한 탄소배출 감축
(라이프치히=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50여개국 교통장관·차관이 참석한 사흘간의 국제회의 첫날 '탄소중립'(탄소 배출량 0)을 향한 각국의 정책 경쟁이 벌어졌다.
미국과 유럽 정책당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프로젝트에는 더 이상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5일(현지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콩그래스센터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가 열렸다.
2006년 출범한 ITF는 한국을 비롯해 64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한 교통정책협의체로, 매년 라이프치히에서 장관급 회의를 연다. 올해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날 7인 패널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앞다퉈 탄소중립 정책을 소개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영국은 교통부문에서의 탈탄소 실현 의지를 강조했다.
마크 하퍼 영국 교통부 장관은 "5억파운드(약 8천200억원)를 투자해 영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영국 정부는 친환경 차량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수립해 기업이 관련 투자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이달 초부터 월 49유로(약 7만원)에 독일 전역에서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도이칠란트 티켓'을 도입했다. 지하철, 버스, 트램 등 어떤 대중교통 수단이든 하나의 티켓으로 이용할 수 있다.
폴커 비싱 독일 교통부 장관은 "700만명이 도이칠란트 티켓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며 "유럽 어디에서든 같은 티켓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목표치도 영국 정부와 같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다.
원희룡 장관은 "한국은 교통부문이 차지하는 탄소 배출량이 14%로 세계 평균치인 27%보다 낮지만, 발전·제조업 부문 배출량 때문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40% 감축은 저의 어젠다이자 대통령의 어젠다"라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 참여한 정책 당국자들은 정부가 뚜렷하게 탄소중립 방향성과 목표치를 설정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퍼 장관은 "정부 홀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며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치를 적극적으로 발표해 기업이 동참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실현될 수 없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크리스 피터스 유럽투자은행(EIB) 부총재는 "EIB가 매년 110억유로(약 15조6천억원)의 투자를 한다"며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프로젝트에는 투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몬제 미국 교통부 정책차관도 "기후변화 의제와 부합하지 않는 프로젝트는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업인들은 정부가 명확한 목표치를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유정준 SK그룹 부회장은 "정부가 장기적 비전을 갖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향후 5년간 도입할 뚜렷한 정책을 발표해주면 기업들의 투자 판단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유 부회장은 또 "기업 동참을 유도하더라도 신규 진입 업체가 참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ITF 교통장관회의에는 각 나라 교통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인사뿐 아니라 경제·산업계 인사들이 함께했다. 올해는 한국 기업 중 현대자동차[005380], 카카오모빌리티, 아우토크립트가 참석했다.
이번 교통장관회의는 국토부 출신인 김영태 ITF 사무총장이 5년 임기의 총장직 연임에 성공한 뒤 열린 첫 회의이기도 하다.
개회사에서 김 사무총장은 "ITF 설치의 기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한 것이었다"며 "우리의 소중한 회원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피해를 크게 입은 점을 고려해 ITF가 재건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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