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뒤통수 맞았다…러 본토 공격한 친우크라 민병대 정체는
反푸틴 러시아인들이 구성한 '러시아자유군단'·'러시아의용군단'
"우크라군 정보기관과 연계…미국산 군사장비 사용"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 지역에서 이틀 동안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인 무장세력의 정체를 두고 관측이 무성하다.
이들 무장세력은 지난 22일 장갑차와 군용차량으로 무장한 채 벨고로드 지역에 침투해 최소 1명의 러시아 국경수비대원을 사살하고 현지 마을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일부 농장 건물들이 부서지거나 불탔고, 현지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에 나서면서 심각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러시아는 현지에 있던 핵무기 시설을 내륙으로 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혼란은 무장세력이 '대테러작전'에 나선 러시아군의 반격을 받고 우크라이나 지역으로 물러나면서 23일 일단 마무리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대테러작전 과정에서 테러리스트 70여명을 사살하고, 장갑차 4대, 차량 5대를 파괴했다"며 "잔당들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의 배후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권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러시아자유군단'(FRL)과 '러시아의용군단'(RVC) 등 2개 민병대가 지목되고 있다.
두 민병대는 22일 30만명의 구독자가 있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자신들의 전투원들이 벨고로드 지역을 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공유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두 민병대가 모두 푸틴 정권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인들을 전투원들로 모집했으며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정보총국(HUR)과 연계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두 민병대는 작년에 창설됐으며, 지난 3월 또 다른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지역 브랸스크를 공격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FRL은 덜 정비된 조직이지만 우크라이나 정보총국과 더 긴밀히 연계돼 있고, RVC는 더 잘 훈련돼 있지만 극우 성향을 띠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스크바 태생의 러시아인 데니스 니키틴이 지난해 중반 우크라이나 내 신나치주의자들을 중심으로 RVC를 창설했다고 보도했다.
FRL은 "푸틴의 무장 갱단(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려는 러시아인의 열망에 따라 결성됐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이나군 사령부의 지휘 아래에 있고,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벨고로드를 공격한 민병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벨고로드 공격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민병대가 공격에 사용한 전차는 군사 물품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 대변인 안드리 체르냐크도 "벨고로드 공격은 러시아인들에 의한 '민족 봉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FRL·RVC과의 모종의 협력은 인정하면서 "우리는 그들과 소통하고 일부 정보를 공유한다. 그들과 협력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공격에 우크라이나군이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으며, 민병대에 어떠한 군사 장비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FT는 RVC를 이끄는 니키틴이 벨고로드 공격에서 최소 2대의 M1224 맥스프로 장갑차와 여러 대의 험비 군용차량 등 미국산 군사 장비들을 이용했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니키틴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군사 장비들을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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