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작가 "재밌는 경험…'고래'의 보편성 느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불발…"큰 기대 안했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천명관 작가는 23일(현지시간) 영국 부커상 수상이 불발된 후 '고래' 덕에 재밌는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천명관 작가는 이날 런던 스카이 가든에서 개최된 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시상식이 끝난 뒤 이처럼 말했다.
천 작가는 "나온 지 거의 20년 된 '고래'로 갑자기 여기까지 왔다"며 "올해의 재밌는 이벤트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후보가 됐다고 했을 때 '별일이 다 생기는구나'라고 받아들였고, 큰 기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영화든 문학이든 좀 정치적인 선택을 많이 하는데 '고래'는 재밌을 수 있지만 그런 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후에도 유력 후보에 관한 얘기 등 여러 사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천 작가는 "부커상 최종 후보가 됐다니 다시 읽어주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 그래서 '고래'가 저보다 존재감이 있고, 저와는 좀 약간 다른 운명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은 천 작가에게 '고래'의 보편성을 느끼게 되는 계기였다.
그는 "제 소설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굉장히 한국적이고, 옛날 얘기이기도 한데 그렇지만 그 안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들과 감정들, 그러니까 보편성이 있어서 외국인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독자들이 재밌게 읽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역시 그런 면이 있었다고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외국 독자들이 이 소설의 특성을 한국 독자들과 비슷하게 느끼는 것이 재밌었다"는 천 작가는 "블랙 유머도, 슬픔도 있는데 이런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 좋은 독자들이 많구나, 이런 것에 좀 위안이 됐다"고 털어놨다.
천 작가는 "문학상을 하면서 예비 후보, 최종 후보를 뽑고 1주 전에 낭독회를 하고 작가들을 이렇게 다 런던에 모아서 멋진 시상식을 하는 게 우리와는 다르다"며 "작가들의 의욕을 고취하는 면도 있는데 한 편으론 약간 잔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작가가 앞으로 부커상을 받으면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학을 더 많이 읽힐 기회니까 좋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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