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애플·아일랜드와 수년째 조세혜택 법정공방…내년 최종판결
EU, 2016년 애플에 '조세혜택 불공정·19조원 납부' 명령…애플·아일랜드 불복해 제소
하급심은 애플·아일랜드 손 들어줘…EU, 항소심 승소에 전력투구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EU 경쟁총국이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미국 기업 애플을 상대로 수년째 벌이고 있는 '조세혜택'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은 130억 유로(약 19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체납 세금'이 걸려 있는 것은 물론, 공정경쟁을 기치로 내건 EU 경쟁총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어 재판부 최종 판단에 이목이 쏠린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열린 항소심 기일에서 EU 집행위 변호인은 앞선 2020년 내려진 하급심인 EU 일반법원의 결정이 법적으로 결함이 있었다며 당시 판결이 번복돼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행위는 당시 애플이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에서 받은 조세 혜택이 EU의 정부 보조금 규정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것이었다면서 아일랜드에 체납 세금 130억 유로와 이자를 포함해 143억 유로를 징수하라고 명령했다.
낮은 세율로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온 아일랜드는 집행위 결정에 반발해 애플과 함께 집행위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7월 하급심 재판부는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불공정한 조세 혜택을 받았다고 볼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집행위에 징수 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아일랜드와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자 집행위는 같은 해 9월 최고법원인 ECJ에 항소했고, 현재까지도 양측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EU 입장에서는 항소심마저 패한다면 그간 반독점 방지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건 다른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EU는 '단일시장' 유지를 위해 특정 회원국의 과도한 세제 혜택이나 부당한 보조금 지급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사건 패소 시 2016년 당시 징수 명령을 주도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의 입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집행위 변호인이 이날 재판부에 "이번 항소심 결과는 회원국들이 (다국적 기업의) 일자리나 투자 대가로 막대한 양의 조세 혜택을 계속하는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애플 측 변호인은 "집행위가 아일랜드 당국에 세금 납부를 해야 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 수익의 경우, 이미 해당 수익에 대한 200억 유로 상당의 세금을 미국에 납부 중"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항소심 사건을 할당받은 ECJ 법률고문관은 오는 11월 9일 재판부에 자신의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다. EU 규정상 법률고문관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통상 재판관들은 법률고문관 의견을 고려해 최종 판단을 내린다.
최종 판결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나올 것으로 외신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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