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라더스 CEO, 모교 졸업식 연설 도중 야유받은 이유는
20일째 파업 중인 작가조합 장외 시위…졸업생들 지지·연대 표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의 대형 미디어그룹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자슬라브가 모교 졸업식에 연설을 하러 갔다가 학생들의 야유를 받았다고 AP통신과 CBS 방송 등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자슬라브 CEO는 전날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니커슨필드 경기장에서 열린 보스턴대학교 졸업식에 연사로 초청받아 참석했다.
이날 졸업식장 밖에서는 파업 중인 미국작가조합(WGA) 소속 100여명이 "임금 없이 대본도 없다"는 구호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보스턴대 졸업생들 역시 이들을 지지·연대하는 뜻으로 자슬라브 CEO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특히 그가 연단에 올라 연설할 때는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 수십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리고 서서 항의하는 뜻을 표시했다. 또 일부는 "작가들에게 돈을 지불해라"(Pay your writers), "공정한 계약을"(Fair Contract)이라고 적힌 팻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에미상 수상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킴 캐러멜은 이날 시위에 참석해 "오늘 작가들은 학생들에게 삶에서 가치를 둬야 하는 것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슬라브 CEO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성명을 통해 "오늘 졸업식에 초대해준 모교 보스턴 대학에 감사드린다"며 "나는 작가들을 매우 지지하고,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파업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WGA 소속 작가 1만1천500여명은 이달 2일부터 방송·영화 대본 집필을 중단한 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WGA는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등 대형 미디어·콘텐츠 기업들로 구성된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6주간 노동 계약 교섭을 벌인 끝에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에 들어간 이후 계속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시대가 도래하면서 스트리밍 경쟁으로 콘텐츠 붐이 일었지만, 작가들의 처우와 노동환경은 더 악화했다는 것이 작가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최저 임금 인상을 비롯해 작품당 고용 작가 수 확대와 최소 고용 기간 보장, 인공지능(AI) 개입 차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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