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제재한 미국인 중 일부는 트럼프의 적"

입력 2023-05-23 09:43
"러시아가 제재한 미국인 중 일부는 트럼프의 적"

NYT 러시아 제재 명단 분석…"러시아 정책과 무관한 일 하는데도 포함돼"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에 맞서 발표한 미국인 제재대상자 명단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잖이 포함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 외무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여행·금융 제재 대상에 포함된 500명의 미국인 가운데 러시아 정책과 아무 관련 없는 인사들이 들어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들 중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사기 혐의로 기소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과 트럼프의 2020년 대선 결과 번복 시도와 퇴임 후 비밀문서 취급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잭 스미스 법무부 특별검사가 포함됐다.

또한 트럼프의 압력을 거부했던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과 대선 불복을 외치며 연방 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를 사살한 워싱턴DC 경찰 마이클 버드도 러시아 정부의 제재 대상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러시아 정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적으로 규정한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가 적으로 지목한 이들을 그들의 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충격적이라고 평했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의 추가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연방 하원의원 45명, 에릭 슈미트 등 일부 상원의원이 포함된 500명의 제재 명단을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제재 대상 개개인에 대한 사유를 공개하지는 않은 채 미국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직접 관련된 정부와 법 집행 관계자가 일부 포함됐다고만 설명했다.

차기 대선에 도전장을 낸 트럼프는 최근 당선되면 의사당 난입 사건 관계자 사면 의사를 밝혔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NYT는 러시아가 제재 명단에 올린 이들은 어차피 러시아에 갈 계획도 없고 현지에 자산을 두지도 않아 사는 데 별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래펜스퍼거의 상사는 트위터에 "그가 러시아 제재 명단에 든 것은 큰 영광"이라며 "이는 래펜스퍼거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썼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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