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한미동맹서 한국 목소리 안들려…尹정부 위기관리 못해"
"민주당, 과감하게 혁신해야…그렇지 못하면 외부 충격 생길 수도"
내달 20일께 귀국…"정치가 길찾고 국민이 마음 둘 곳 갖도록 역할"
"美, 中과 건설적 관계유지 필요한 한국 이해하는 '열린 동맹' 돼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2일(현지시간) 윤석열 정부가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관철하지 못하는 등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 간담회에서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커졌다가 아니라 안 들리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도 할 말을 하는 동맹을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파트너인 동맹국의 지도자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만 파트너로 가치가 커질 것이다. 미국은 그런 지도자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더 목소리를 내야 하는 분야로 반도체를 지목하고서 미국 정부는 한국이 계속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기존 경제관계 유지 등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이 이해하면 좋겠고 도와주기를 바란다"며 "한국이 경제적으로 더 취약해진다면 미국에도 동맹으로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대해 미중간 경쟁으로 한국이 처한 곤란한 상황을 이해하는 "열린 동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동맹은 "동맹 역량의 총량을 키우는 방향이라면 미국과 전술적으로는 부분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도록 열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는 윤 정부가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과 합의한 내용을 계승하지 않아 남북관계가 축적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 정부가 이전 정부의 남북관계 결과를 부정하고 백지처럼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총리 재임 기간 제일 아쉬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의 골간은 바뀌지 않도록 하는 뭔가를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대했다'는 한 참석자의 지적엔 "문 정부의 접근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말하는 인권은 서방적 가치 기준에 의한 경우가 많으나 문 정부는 생존권이 가장 기본적 인권일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답했다.
한편 일본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계획에 대비해 '파괴 조치 준비명령'을 발령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거나 막아야 할 정도의 정찰위성이라면 그건 주권 국가로서 충분히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6월 워싱턴DC에 도착한 이 전 총리는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을 마치고 독일에서 강연한 뒤 다음 달 20일께 한국으로 귀국할 계획이다.
그는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 "한국은 국내외적 위기를 충분히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제가 다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이 통일된 목표를 잃고 있는 것 같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은 상태"라며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제 결심"이라고 밝혔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한 민주당의 상황에 대해서는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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