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최측근 휴대전화도 해킹"…군부 소행 추정
NYT "인권차관, 스파이웨어 앱 사찰 피해…국방부, 논평 거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최근 초강력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활용해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는 멕시코 군이 이번에는 대통령 최측근 휴대전화까지 해킹 표적으로 삼았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알레한드로 엔시나스(69) 인권차관이다.
NYT는 토론토대 사이버보안 감시기구인 시티즌랩의 디지털 포렌식 결과 엔시나스 차관 휴대전화에 페가수스 흔적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엔시나스와 포렌식 분석에 관해 이야기한 4명이 보도의 출처로 인용됐다.
엔시나스 차관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9) 멕시코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오브라도르가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내던 2000년도부터 아주 가까이서 보좌했다.
멕시코 행정부 고위 인사에 대한 스파이웨어 침투 사실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NYT는 의미를 부여했다.
어느 기관에서 페가수스를 활용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NYT는 관련 계약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멕시코에서 스파이웨어 접속권한을 가진 조직은 군부라고 전했다.
엔시나스 차관은 각종 국가사업 운영을 밀어줄 정도로 군대를 신뢰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와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최근엔 멕시코 근현대 역사상 최악의 인권 침해로 꼽히는 '2014년 아요치나파 교대생 43명 실종 사건'과 관련, 군부의 연루 정황을 앞장서서 밝히기도 했다.
시티즌랩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국가적 범죄'로 규정된 이 사건 희생자들의 법률 대리인인 인권변호사 2명의 휴대전화도 지난해 6∼9월 페가수스에 의해 여러 차례 해킹을 당했다.
다만, 멕시코 국방부는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NYT는 덧붙였다.
페가수스는 이스라엘 보안기업 NSO그룹이 개발한 휴대전화 해킹용 스파이웨어다.
아무 흔적도 없이 휴대전화에 침투해 통화명세, 문자메시지, 이메일, 사진, 일정 등 모든 데이터를 빼내는 것은 물론 전화기로 하는 모든 작업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멕시코는 마약 밀매 카르텔 두목을 잡는다는 목적으로 페가수스를 2011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년 동안 시민단체 관계자 등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불법 사찰에 페가수스를 남용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