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2차 총선 갈 듯…미초타키스 총리 "단독 집권 원해"

입력 2023-05-22 19:06
그리스 2차 총선 갈 듯…미초타키스 총리 "단독 집권 원해"

경제성장 이끈 집권 여당, 최대 야당에 더블 스코어…과반 의석엔 5석 모자라

보너스 의석 적용되는 2차 총선 통한 단독 집권 시도 유력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그리스에서 총선이 끝난 지 불과 하루 만에 6월 말 또는 7월 초 2차 총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총선 개표가 99.59% 이뤄진 가운데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성향의 단독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이하 신민당)은 40.79%를 득표했다.

신민당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당수인 최대 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20.07%보다 두 배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다.

군부독재 종식 후 그리스에서 첫 민주 선거가 실시된 1974년 이후 가장 큰 득표율 격차라고 AP는 전했다.

다만 신민당은 전체 300석 중 과반 의석(151석)에 5석 부족한 146석을 확보해 단독 집권은 어렵게 됐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연립 정부를 구성하거나 2차 총선을 통해 단독 집권을 노릴 수 있다. 그가 선호하는 옵션은 분명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전날 총선 승리가 확정된 뒤 수도 아테네 당 본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면서 이번 결과를 "정치적 지진"이라고 자축하며 조속한 2차 총선을 촉구했다.

그는 "개혁을 믿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정부가 필요하다"며 "이것은 취약한 숫자나 불확실한 의회 관계에서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우리는 내일부터 함께 싸울 것이며, 다음 선거에서 시민들이 이미 결정한 신민당 단독 정부가 수학적으로 확인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리스 국민들은 강력한 정부를 원한다"며 "다음 전투는 중요하고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 총선에서는 1당이 득표율에 따라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챙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신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면 37∼38%를 득표하면 된다.

전날 총선 결과에 한껏 고무된 미초타키스 총리는 연정을 구성하는 대신 2차 총선을 통해 단독 집권을 노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정부 구성 권한을 반납하면 그 권한은 2당인 시리자, 3당인 변화운동(PASOK-KINAL·이하 파속)에 넘어간다.

시리자의 당수인 치프라스 전 총리는 연정 구성을 원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파속의 니코스 안드룰라키스 대표는 연정 구성에 부정적이다.

안드룰라키스 대표는 앞서 "미초타키스, 치프라스가 총리를 맡지 않는다면 연정 구성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당과 시리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파속은 이번 총선에서 11.46%를 득표했다.

연정 구성 협상이 불발되면 과도 정부가 구성되고 그리스는 6월 말 또는 7월 초 2차 총선을 치른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 국제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컨설턴트로 일했던 미초타키스 총리는 2019년 집권 이후 친기업 정책을 통해 그리스 경제를 회복 궤도에 올려놓으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2012년 국가 부도 사태로 신용 등급이 최하위로 추락했던 그리스 경제는 2021년 8.4%, 2022년 5.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신용 등급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그리스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 불린 도청 스캔들, 올해 2월 발생한 열차 정면충돌 참사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지만, 유권자들은 경제 성장을 견인한 집권 여당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줬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60.92%로 4년 전 총선 때보다 3.14%포인트 높았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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