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이후 中위협 부각에 '라이벌' 한일 태세 전환"

입력 2023-05-22 15:18
"우크라전 이후 中위협 부각에 '라이벌' 한일 태세 전환"

美 NBC 분석…"커지는 대중국 우려에 뜻밖의 친밀감 형성"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중국의 위협이 부각되면서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이 협력을 모색하는 등 안보 태세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NBC 방송은 21일(현지시간) '중국과 우크라이나가 라이벌인 일본과 한국을 재고하게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역사적으로 적국이었던 두 나라가 현재 군사력 증강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아시아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는 진단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가장 시급한 위협으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중국에 대해 커지는 우려가 안보에 있어서 한일 두 나라가 더 강경한 접근법을 취하는 가운데 양국 간 '화해'를 끌어낸 또 다른 요인이 됐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NBC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주최한 일본이 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했으며 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양국을 방문하며 일본 술(사케)과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는 일본의 식민 지배로 인한 고통을 해결하는 과정을 시작하는 양국 정상의 10여 년만의 첫 공식 회담이었다며 "빅 딜"(big deal)이라고 NBC는 평가했다.

또 한일 두 나라의 이런 움직임은 오랫동안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해온 미국 정부에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템플대 일본 캠퍼스 제프 킹스턴 교수는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들에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고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면서 중국을 억제하는 데 협력하도록 압박해왔다"고 말했다.



NBC는 한국은 무역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중국과의 관계에 신중해 왔다며, 하지만 대만 관련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양국 관계가 경색했다고 짚었다.

또 일본은 지난해 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두 배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며 대만과 가까운 섬들에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를 배치하기로 해 중국의 신경을 건드렸다고 NBC는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사이먼 셸턴 부연구원은 "일본이 지금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이유는 바이든의 말에 대한 자동반사적인 반응이나 갑작스러운 변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도쿄 주재 영국 국방무관을 지낸 그는 중국에 대한 우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미국의 설득 등이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쌓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지난주 브리핑에서 한미일이 북한을 "군사협력 강화를 위한 구실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많은 전문가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일부분 중국으로 인한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킹스턴 교수는 "지난 20년간 중국의 군사 현대화는 (대만 등에 대한) 중국의 더 강경한 영토 주장과 맞물려 중국의 패권 야망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BC는 "이러한 불안감이 어제의 격렬한 경쟁을 뒤엎을 뿐만 아니라 (G7 정상회의가 열린)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오늘의 지정학적 상태(status quo)를 형성할 수 있는, 뜻밖의 친밀감(unlikely bonhomie)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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