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마이크론 제재에 'K-반도체' 예의주시…"득보다 실 클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아람 기자 = 중국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일에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지만, 가뜩이나 반도체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향후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전날 마이크론 제품에서 비교적 심각한 보안 문제가 있어 인터넷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중요한 정보 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3월 31일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해 심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외국 반도체 회사에 대해 사이버 안보 심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를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보고 있다.
미국은 작년 말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메모리 분야 세계 3위인 마이크론은 전체 매출의 11%가량을 중국 시장에서 올리고 있는 만큼 이번 조치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많기 때문에 수요자도 공급자도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만 놓고 보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에 이어 만약 우리까지 제재한다면 반도체를 활용하던 중국 기업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부족한 공급량을 대체하며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보다는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비해 (마이크론의) 중국 매출이 높지 않기 때문에 설사 두 회사가 마이크론의 물량을 차지한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미중 분쟁이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 정부에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YMTC 등 중국 업체들이 향후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중국이 이번 제재를 계기로 YMTC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연결된다. 자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움직임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김양팽 연구원은 "YMTC가 낸드 플래시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생산력이 있는 것과 시장 경쟁력이 있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며 "다만 미국의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억지로라도 YMTC 제품을 써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중국 반도체 기업이 더 빨리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에 '맞불'을 놓으며 자국 산업을 키우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에는 득이 아니라 실"이라며 "중국 고객 입장에서도 선택을 강요받게 되니 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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