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블라디보스토크항 인프라 열악…중국 중계항 효과 반감"
홍콩매체 "이미 2007년 中 중계항으로 지정됐으나 주목 못받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지린성이 다음 달 1일부터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가운데 현지의 열악한 인프라와 낮은 화물 처리 효율성 때문에 실질적인 이용 효과가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중국이 러시아 항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양국 간 긴밀한 관계를 상징하지만, 장애물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블라디보스토크항의 열악한 인프라와 함께 양국 간 육지 검문소에서 정체가 빚어지면서 항구 사용의 효과가 줄어들어 양측 간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SCMP는 러시아 신문을 인용, 중국-러시아 간 주요 육로 검문소가 최근 매우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멍구 만저우리와 마주하는 러시아의 자바이칼스키 검문소에서는 통관을 기다리는 트럭의 줄이 길게는 10㎞까지 늘어서 있어 예상 대기 시간이 몇주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의 수용 능력은 또 다른 제약이 된다고 선적사와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한 중국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CMP에 "블라디보스토크항의 선적·하역 비용이 높고 인프라는 좋지 않기에 해당(항구 사용) 계획의 실질적 이행에는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와 함께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이미 2007년부터 중국 헤이룽장성의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등록돼 있다고 지적했다.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이란 자국 지역 간 교역에 사용하는 항구로, 외국의 항구라 하더라도 자국 내에서 이뤄지는 교역에 대해서는 관세와 수출입 관련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번 지린성의 사용 허가로 중국이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을 163년 만에 확보한 것으로 조명되고 있지만,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이미 15년 전에 블라디보스토크항은 헤이룽장성의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등록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당시의 조치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그간 무역 활동도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SCMP는 설명했다.
지린성의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 획득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중국과의 무역을 크게 늘리며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와중에 성사됐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원래 청나라 영토였으나, 1860년 러시아와 국경을 정한 베이징 조약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우수리강 동쪽 일대를 러시아에 할양한 이후 헤이룽장과 지린성은 해상 출구를 잃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양진 연구원은 "상업적, 군사적 용도가 모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에 매우 민감한 도시"라며 "그렇기에 러시아가 중국의 사용권을 승인한 것은 상징적일 수 있다. 이는 러시아 극동에서 중국-러시아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린성이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무역을 촉진할 수 있으며 러시아 측도 선적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어 이득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 승인은 첫 번째 발걸음이며 인프라를 개선하고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양국 간 더 많은 협력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톈진의 한 선적업자는 SCMP에 중국-러시아 간 육로 검문소의 정체가 단기적으로는 지린성의 블라디보스토크항 이용 효과를 저해할 수 있겠지만 이는 중국이 러시아 측 인프라 개선을 지원하는 대로 개선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