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전기료 인상에 거세진 선풍기 바람…절전제품도 인기
무더위에 쿨매트·모기 용품 일찍 나와…편의점선 얼음컵 '불티'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올해 여름을 앞두고 선풍기 바람이 유독 거세다.
에어컨 대중화 이후 세컨드 가전으로 밀려났던 선풍기가 때 이른 더위에 고물가와 전기요금 인상 부담까지 겹치면서 인기를 되찾고 있다.
이마트[139480]는 4월부터 지난 17일까지 선풍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3% 증가했다고 21일 밝혔다.
선풍기는 한때 여름철 냉방을 책임지는 대표 가전이었지만, 에어컨 보급 이후 점차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이마트에서도 2020년에는 11.3%, 2021년에는 8.5% 매출이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전력 소모량도 적은 선풍기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선풍기는 평균 가격이 10만원이 안 되는 수준으로, 50만원가량인 벽걸이 에어컨보다 훨씬 저렴하다.
실제 지난해 이마트의 선풍기 매출은 51.7% 증가했고, 올해도 매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20∼40% 저렴한 자체브랜드 선풍기가 인기다.
일렉트로맨 표준형 선풍기는 4월 이후 8천대가 팔리면서 이마트의 전체 선풍기 제품 중 매출액과 판매량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도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다.
전기요금 인상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이마트의 선풍기 매출 신장률은 313.5%에 달했다.
반면 에어컨 매출 신장률은 7.4%에 그쳤다.
이마트는 이런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선풍기 매출 강세가 단순히 더위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절전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 대기 전력을 차단해 전력 소모량을 줄여주는 절전형 멀티탭 매출은 8% 늘었다.
온라인 G마켓에서도 지난 11∼17일 일주일간 절전형 멀티탭 판매량이 직전 일주일간에 비해 72%, 지난해 동기보다 52% 뛰었다.
이마트 양승관 가전 바이어는 "올해는 예년보다 더운 여름이 예상되는 데다, 물가와 전기료 부담으로 가성비 높은 선풍기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 이른 더위는 여름 상품 매출도 끌어올렸다.
G마켓에서는 이 기간 대자리(110%)와 인견이불(83%), 쿨매트(883%)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상승했다.
햇볕을 가리기 위한 양산(50%)과 모자(90%), 선글라스(31%), 부채(21%)도 잘 나갔고, 모기 활동이 빨라지면서 모기퇴치제(12%)와 해충 퇴치용품(20%), 벌레 연고(39%) 역시 인기였다.
집 앞 편의점에서는 얼음 컵과 아이스크림이 불티나게 팔렸다.
이마트24가 서울의 최고 기온이 28∼31도까지 오른 지난 15∼17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낮 기온이 13∼21도에 그쳤던 3주 전보다 튜브 아이스크림은 4배, 얼음 컵은 3.3배 매출이 늘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3.2배)와 스포츠음료(2.1배), 손에 들고 다니는 작은 선풍기(3.1배)도 잘 나갔다.
이 기간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 매출은 지난해 7월 한여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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