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전경련 55년만에 개명…진정한 내부혁신 계기돼야
(서울=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변신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경련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명칭 변경을 포함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전경련이 발표한 혁신안에는 권력의 부당한 압력 차단, 회장단 확대,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의 전환 등의 내용이 골자로 제시됐다. 정치권력과의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윤리경영위원회 설치를 중심으로 내부 검토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1개사(그룹)로 구성된 회장단에는 정보기술을 비롯한 신산업 등 다양한 부문의 기업인들을 새로 영입하기로 했다. 전경련은 1961년 출범 당시 한국경제인협회라는 이릉을 이미 사용했다. 이후 1968년부터 현재의 이름을 써 왔는데 55년 만에 출범 당시의 간판으로 다시 바꾸게 된 셈이다. 이번 혁신안은 전경련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나름의 고심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데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해오던 전경련의 위상이 크게 하락해 있는 게 현실이다.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주요 4대 그룹이 회원사에서 탈퇴했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전경련은 당시 청와대 요구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회원사들이 출연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들을 지원하라는 압박을 받고 자금을 집행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은 전경련이 국가적 이익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을 낳았고 재계의 구심점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게 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이와 관련해 "정부와의 관계에 방점을 두고 회장·사무국 중심으로 운영됐던 과거 역할과 관행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혁신 추진이 명칭 변경이나 내부 조직의 개편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될 일이다. 세계 경제 질서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미중 간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자국 중심의 경제·산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내외적인 악재와 경제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실효적인 전략을 강구하는 일이 더없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전경련은 이번 혁신안 발표를 통해 국내 기업에 필요한 전망과 대안을 발굴해 선제적으로 제시하도록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진정성 있는 이행 의지와 실행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다. 정경유착의 그늘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 경제를 우선하고 실천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여에 대한 인식을 재삼 가다듬고 특단의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소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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