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컨설팅사 단속 철퇴…시진핑 측근 천이신에 칼자루 맡겼다

입력 2023-05-19 11:29
中, 美컨설팅사 단속 철퇴…시진핑 측근 천이신에 칼자루 맡겼다

WSJ "중국, 경제→안보 우선순위 변화…해외 투자 악영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중국 당국이 미국 컨설팅회사들에 대한 단속에 나선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측근이자 정보·방첩 수장인 천이신 국가안전부장을 주무 장관으로 선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첩보·간첩 색출과 더불어 국내 정치범 업무를 담당한다. 미국으로 치면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을 합쳐놓은 막강한 권력기구다.

지난해 10월 국가안전부 수장이 된 천 부장은 시 주석이 공산당 저장성 서기를 지낼 당시 직속 부하로 일했고, 2018년부터 공안기관 사령탑인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으로 활동하며 시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을 총괄 지휘했다. 2020년 2월에는 코로나19로 봉쇄된 후베이성 우한에 파견돼 방역을 이끌기도 했다.

그런 천 부장에게 해외 컨설팅업체 단속 업무를 일임한 것은 시 주석이 경제 성장보다 안보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WSJ는 짚었다.

중국 당국은 2020년부터 미국 컨설팅 업체를 단속해왔지만, 최근까지 이 업무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과 국가통계국, 상무부의 몫이었다.

그간 중국 당국과 접촉해본 서방 업체 임원들은 중국의 주된 목적이 미국의 베인앤드컴퍼니처럼 '선을 넘어' 사회 조사 활동을 하는 해외 업체에 경고를 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 경고를 알아들은 업체들은 더 주의하면서 활동했고, 중국도 달리 처벌을 발표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의사결정 과정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은 시 주석이 이런 '로키' 단속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은 수년에 걸쳐 차츰 수위가 높아진 미국의 제재와 첨단기술 유입 차단 조치가 이런 결심을 굳히게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들에게 컨설팅업체의 실사 업무는 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근래 들어 중국 당국은 해외 컨설팅업체들이 현지조사를 하면서 중국인과 접촉하는 일이 잦고, 이로 인해 국가기밀 노출 등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인식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해외 업체들의 조사가 활발해지면 외국의 대(對)중국 인식에 당이 영향을 미칠 여지가 줄어들고,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중 강경 정책 입안을 도와주는 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달라진 중국 당국의 태도는 잇단 강제수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중국 공안은 지난 3월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를, 4월에는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를 급습했다. 이달 8일엔 컨설팅업체 캡비전이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일본 제약사 직원이 간첩 혐의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WSJ는 글로벌 기업 가운데는 중국이 안보를 챙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관료들을 동원해 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던 과거와 달리, 이젠 서방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큐로크라트'(안보관료)에게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당 중앙정치국에 진출한 천원칭 중앙서기처·중앙정법위 서기나 중국 최대 방산업체 대표를 지낸 장궈칭 부총리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시 주석의 오랜 경제 참모인 류허 전 부총리 등 해외 기업 '달래기' 역할을 맡았던 인물들이 물러나면서 경제관료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안보 우선' 방침에 따라 해외 기업들의 중국 내 활동은 기술 등 민감한 분야를 중심으로 특히 위축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 투자 선호도 지표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가 올해 초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지는 등 중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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