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복귀 무대 된 아랍정상회의…"알아사드에게 승리의 순간"

입력 2023-05-18 17:31
시리아 복귀 무대 된 아랍정상회의…"알아사드에게 승리의 순간"

'중재자' 사우디 영향력 과시…美 반감에도 시리아 복귀 주도

"수단 군벌 충돌 끝낼 특별한 기회"…예멘 내전 휴전 협상 논의 예상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아랍연맹(AL) 정상회의는 역내 주요 분쟁국 대표단의 참석이 예정돼 이목을 끈다.

최대 라이벌인 이란과 화해한 사우디는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아랍권을 이끄는 평화의 중재자로서 영향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길은 끄는 대목은 내전 발발 이후 아랍연맹에서 퇴출당해 국제적으로 고립됐었던 시리아 대통령이 12년 만에 참석한다는 점이다.

알아라비야 방송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무장관은 자국 정상회의 대표단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끌 것이라고 예고했다.

알아사드 정권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내전이 발발하자 반정부 시위대를 학살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아랍권과 서방 국가들은 알아사드를 비판하면서 내전 초기에는 반군을 지지했다.

하지만 알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와 이란 같은 우방국의 군사 지원으로 국토 대부분을 다시 장악하자 최근 수년간 아랍 국가들은 그와 관계 회복 움직임을 보여왔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 일부 반대에도 화해를 주도한 나라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였다.

결국 지난 7일 아랍연맹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의를 열고 시리아의 복귀를 결정했다.



미국은 알아사드 정권의 국제무대 복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복귀할 자격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미국은 시리아와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결정을 하는 다른 나라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정상회의에 앞서 외신들은 최악의 전쟁 범죄자로 비판받은 알아사드 대통령이 한때 반군을 지지했던 아랍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걸프 지역 수석 분석가인 아나 제이컵스는 "알아사드의 정상회의 참석은 시리아의 고립 종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정치적 정상화에 이은 경제적 교류가 이뤄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트리니티대학의 데이비드 레쉬 중동 역사학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이것은 진정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있어서 고립을 끝내고 아랍 세계로 다시 들어가는 승리의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아랍 국가들은 시리아와의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역내 불안정을 해소하고, 마약·난민·테러 등 현안을 공동으로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무력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수단 군벌 대표단도 참석한다.

호삼 자키 아랍연맹 사무차장은 현지 언론에 수단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의 특사가 정상회의 참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홍해 연안 도시 제다는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의 휴전 협상이 이뤄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걸프 지역 일간 아랍뉴스는 이번 정상회의가 수단 군벌들에게 휴전을 압박할 특별한 기회라고 전했다.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사우디는 외국인들의 수단 탈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인도주의 지원·민간인 대피 통로 등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예멘 내전 휴전 협상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진전을 보일지 주목된다.

예멘 정부군과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는 지난 3월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이후 휴전 협상을 벌여왔으나 아직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우디는 휴전 협정에서 중재국이 되기를 원하지만, 반군 측이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가 협정의 직접적인 당사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주예멘 사우디 대사는 반군과 협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양측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멘 내전은 2014년 촉발된 이후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다.

유엔은 지난해 말 기준 예멘 내전으로 인한 직·간접적 사망자를 37만7천명으로 추산했다.

위험 분석기업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중동·아프리카 전문가 토르키오른 솔트베트는 "성공 여부를 떠나 사우디는 과거 모험주의적 외교 정책에서 벗어나 역내 주요 현안에 있어서 중재자로 변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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