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챗GPT 창시자 강조 'AI 규제'…활발한 사회적 논의 있어야
(서울=연합뉴스)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 창시자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AI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AI 기술 개발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은 16일(현지시간) 청문회에서 "AI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의 규제 개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AI 관련 의회 청문회는 이번이 처음이고, 올트먼 CEO의 공개 증언도 처음이었다고 한다. 올트먼은 특히 AI 기술의 발전 상황을 감안할 때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AI로 인한 허위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우리로서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우려다. 그는 "우리가 만든 도구(AI)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 독립적인 감시기구를 만들어 공동 대응해야 하며 핵확산을 감시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AI 기술 개발을 주도해온 미국 IT업계에서 AI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건 이번만이 아니다. AI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제프리 힌턴 박사는 최근 10년간 몸담았던 구글에 사표를 내면서 AI 연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국제적인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인류에게 미칠 나쁜 영향을 자유롭게 경고하기 위해 회사 조직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AI 기술은 영화 속에서만 봤던 미래의 일을 현실로 성큼 앞당기는 놀라운 성과를 인류에게 안겨주고 있지만, 각종 부작용과 윤리 문제를 낳는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AI가 만든 영상에서는 실제 인물과 똑같은 목소리가 조작된 발언을 얼마든지 쏟아낼 수 있다. 이번 의회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시연이 있었다. 청문회를 연 상원 법제사법위 소위 위원장은 회의 시작과 함께 개회사를 듣겠다며 입을 닫았는데 스피커에선 위원장의 목소리를 빼닮은 음성을 통해 개회사가 흘러나왔다. 이 개회사는 위원장의 연설을 학습한 AI 음성 복제 소프트웨어와 '내가 청문회에서 어떤 연설을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답한 챗GPT의 합작품이었다고 한다. 유럽 등에서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미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년 전부터 논의해온 '인공지능법(AI Act)' 초안이 이달 11일 유럽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다음달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AI 응용프로그램을 위험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가장 위험한 '용납 불가' 등급은 배포,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캐나다도 지난해 '인공지능 및 데이터법(AIDA)' 초안을 공개했다. 불법적으로 입수한 개인정보로 AI 시스템을 설계, 개발, 사용하거나 대중을 속여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힐 목적으로 AI 시스템을 사용하는 행위 등을 범죄로 규정했다.
AI 같은 초격차 기술은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사회의 제도와 법이 이를 따라잡기 어렵다. AI 관련 제도와 법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AI 법제화 논의는 시작됐지만 그동안 눈에 띄는 활발한 사회적 논의는 사실상 없었다. 지난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위에서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지만 이 법안은 AI 산업 육성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있다. AI가 사회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고려, 국민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한 적절한 규제방안을 법안에 더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윤규 과기부 제2차관은 최근 한 간담회에서 "인공지능법은 고위험 영역에서 활용되는 인공지능을 정의하고 사전 고지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신뢰성 확보 조치 등 사업자 책무를 규정하는 적정 수준의 규제를 포함했다"고 말했다. AI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지만 규제 법제화를 성급하게 추진하면 원천기술이 부족한 우리 입장에서는 AI 기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포함해 AI 기술 문제를 두고 정부와 정치권, 학계 등을 중심으로 좀 더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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