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3위 후보가 흔드는 튀르키예…민족주의로 더 기울 듯

입력 2023-05-18 11:54
수정 2023-05-18 18:07
대선 3위 후보가 흔드는 튀르키예…민족주의로 더 기울 듯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튀르키예 대선 1라운드에서 5% 이상 득표하며 3위에 오른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결선 투표의 사실상 킹메이커로 부각하면서 튀르키예 정치에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오안 대표가 28일로 예정된 대선 결선 투표와 이후 튀르키예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앞서 14일 실시된 튀르키예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를 득표해 44.9%를 득표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에 미달해 오는 28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와 같이 과반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못한 것은 5.2%를 득표하며 약진한 오난 대표 때문이다.

그는 다른 후보의 표를 깎아 먹은 후보를 뜻하는 '스포일러'(spoiler)이자 동시에 튀르키예의 다음 대통령을 결정짓는 킹메이커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오난 대표는 1차 투표 이후 튀르키예 대통령실 관계자는 물론 수많은 정치계 인사들의 전화를 받느라 매우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만간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함께하는 후보에게 지지를 표명하고, 자기 뜻이 제대로 관철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차기 정권의 고위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가 선거에서 적잖은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과 시리아 난민 등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등 민족주의적 성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그와 관련한 공약을 냈기 때문이다. 그의 정당은 대선과 함께 실시된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NYT는 이번 선거에서 민족주의 진영이 약진함으로써 향후 수년간 튀르키예 정부의 정책은 더욱 오른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난 대표는 그가 장차 지지할 후보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난민들을 자국에서 추방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길 원한다고 NYT에 밝혔다.

야당은 원래 시리아 난민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오난 대표의 극우 성향과 닮은 점이 있었는데, 결선 투표를 앞두고 민족주의 성향인 유권자를 흔들기 위해 관련 공약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클르츠다로을루 후보 측은 최근 시리아 등지에서 밀려드는 난민으로 인해 자국 민족이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의 자극적인 선거운동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오난 대표는 튀르키예가 테러 조직으로 간주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정당과의 연을 끊을 것을 양 후보에 요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오난 대표는 두개 정당을 언급했는데, 자유대의당과 인민민주당이다.

자유대의당은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으로 에르도안 대통령과 연결돼 있고, 인민민주당은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를 지지했다. 에르도안 정부는 인민민주당이 PKK와 협력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오난 대표는 NYT에 이르면 18일에는 어느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밝힐 예정이며, 지지층의 70%가 자신의 판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 분석가들은 그의 정당이 조직력은 약해 유권자들을 움직이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난 후보 지지층은 다른 선두 후보들에 대한 반감으로 그를 찍었을 수 있어 결선 투표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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