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후 첫 청문회…"잘못 안 떠올라" vs "대가는 국민이"
미 상원 은행위 청문회 열려…NYT "전 CEO, 모두 남 탓해"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전례 없고 예견할 수 없었다…잘못을 떠올릴 수 없다.'(그레그 베커 전 CEO)
'전혀 설득력이 없다…미국 납세자들이 당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미국 상원 의원들)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연쇄 파산한 지역은행의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청문회가 열렸다.
의원들의 날 선 질의에 CEO들은 자신을 옹호하기에 바빴으며, 규제당국 관계자들은 유사한 파산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감독 강화를 약속했다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파산 사태의 출발점이 된 SVB의 그레그 베커 당시 CEO는 이날 첫 공개석상에서 당시 위기 상황이 전례가 없고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진지하게 수행하고 지난해 말 약 800억 달러의 유동성을 갖고 있었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돼 속수무책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베이커 전 CEO는 "역사상 가장 빠른 뱅크런(예금인출 사태)에 모두가 함께한, 일련의 전례 없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자평했다.
의원들은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은 물론 보너스를 마구 나눠줬다고 질책했으며, 베커를 포함한 경영진이 파산을 앞두고 주식을 매도해 이익을 취했는지를 캐물었다.
베커는 파산 약 2주 전인 지난 2월 27일에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올해 1분기 매도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베커는 당시에는 은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난 실리콘밸리은행의 CEO였고, 궁극적으로 발생한 일에 책임을 갖고 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또 자기 잘못을 꼽아보라는 질의에 대해서는 지난 8주 동안 매일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 왔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셰러드 브라운 의원은 "매우 설득력이 없는(my dog ate my homework) 소리로 들린다"고 공박했다.
브라운 의원은 또 "규제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이유가 뭐냐"고 묻고는 "답은 간단하다. 대부분의 대형 은행의 파산에서 얻은 동일한 답은 경영진들이 더 부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존 케네디 의원은 베커 전 회장을 향해 "어리석은 베팅을 했고, 그것은 잘못됐다"며 "미국 납세자들이 당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비판했다.
SVB에 이어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의 에릭 하월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은행에 관리부실이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의원들의 주장을 받아쳤다.
NYT는 이날 청문회에 대해 베커 전 CEO가 자신을 제외한 규제당국과 언론, 이사회, 심지어 은행 고객 등 모든 이들을 향해 비판의 손가락을 겨눴다고 전했다.
별도로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는 규제당국이 은행들을 더 공격적으로 감독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는 파산 수 시간 전 SVB 경영진에게 보너스가 지급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너무 충격적"이라며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SVB에서 30년 일한 베커는 2011년 CEO직에 올랐으며 파산 이틀 후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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