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슈디 "007 소설에 정치적 올바름 적용? 우스꽝스러워"
문학계 정치적 올바름 열풍 비판…"서방에서 표현의 자유 위협받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소설 '악마의 시'로 유명한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가 최근 서구 문학계에 불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열풍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BBC,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루슈디는 전날 영국도서상의 '출판자유상'(Freedom to Publish award)을 받은 뒤 자택에서 촬영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수상 소감을 밝혔다.
루슈디는 이 영상에서 "출판사들이 로알드 달과 이언 플레밍 같은 사람의 작품에서 불온한 부분을 삭제하겠다고 생각하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007 시리즈 주인공) 제임스 본드에 정치적 올바름을 적용한다는 생각은 거의 우스꽝스럽다"며 "책은 그 시대로부터 와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다른 책을 읽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방 국가들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시기를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슈디는 서방 국가들에서 출판의 자유가 과거와 같지 않다며 "나는 지금 미국에 있는데 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과 책들에 대한 기이한 공격을 보고 있다"라고도 했다.
이언 플레밍(1908~1964)의 소설 '007' 시리즈는 지난달 인종차별적 표현이 대거 수정된 개정판으로 재발간됐다.
작품의 저작권을 소유한 출판사는 007 시리즈 첫 작품인 '카지노 로열' 출간 70주년을 맞아 인종차별적 표현을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예컨대 1950~1960년대에 흑인을 모욕적으로 지칭하던 '니그로'(negro)라는 단어는 개정판에서 거의 삭제됐고 대부분 '흑인'(black person 또는 black man)으로 대체됐다.
영국 아동문학 거장 로알드 달(1916∼1990)의 작품도 출판사에 의해 임의로 수정돼 논란을 빚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그의 대표작에 쓰인 단어 수백개가 수정됐다.
신체나 젠더, 인종 등과 관련한 다소 구시대적인 표현을 요즘 독자들의 정치적 올바름 수준에 맞게 고쳤다는 것인데, '남자들'(men)은 중성적 표현인 '사람들'(people)로, '뚱뚱한'(fat)은 '거대한'(enormous)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루슈디는 "로알드 달이 천사는 아니지만 이것은 터무니없는 검열"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루슈디는 1988년 펴낸 소설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슬람권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고 수십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다.
작년 8월에는 미국 뉴욕주에서 열린 문학 축제에 참석했다가 20대 남성의 흉기 공격을 받아 한쪽 시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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