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파생상품시장 CME그룹 "금융세 부과시 시카고 떠날 것"

입력 2023-05-17 05:20
세계최대 파생상품시장 CME그룹 "금융세 부과시 시카고 떠날 것"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기업 'CME그룹'이 시카고시의 새로운 조세 정책 방향과 관련, 본부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16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테런스 더피(65) CME그룹 회장은 시카고 신임 시장 브랜든 존슨(47·민주)의 취임식이 열린 전날 블룸버그 팟캐스트 '오드랏츠'(Odd Lots)와의 인터뷰에서 "시카고시와 일리노이주가 금융거래에 추가 세금을 부과할 경우 시카고를 떠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더피 회장은 CME그룹이 지난 10여년 동안 시카고 거래소 건물들을 대부분 매각하고 장기로 재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점을 상기하며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하고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존슨 시장은 내 사업에 거래세를 부과할 법적 권한이 없다"면서 "범죄율을 낮추고 치안을 확립하는 것이 신임 시장의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정치적 의제에 맞춘 단기적 성과를 내려고 특정 계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추진하다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피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존슨 시장이 세수 증대를 이유로 '금융거래세' 등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증세 공약을 내세운 것과 관련해 나왔다.

존슨 시장은 금융거래세 징수를 통해 8억 달러(약 1조 원)를 조성, 폭력 예방 프로그램 등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CME그룹 외에도 시카고에 기반을 둔 대다수 투자사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일리노이주 최대 부호 켄 그리핀(54)이 1990년 시카고에 설립한 초대형 헤지펀드 운용사 '시타델'(Citadel) 본사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이전한 바 있다. 그리핀은 좌파 성향 정치인들의 실정(失政)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기 제작사이자 방위산업체인 '보잉'(Boeing)도 지난해 시카고 본사를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취임한 버지니아주로 옮겼다.

시카고 정치 지형이 기업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존슨 시장이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시의회와 주의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기업가 출신 J.B.프리츠커(58·민주) 일리노이 주지사는 금융거래세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CME그룹은 1848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선물거래소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와 1898년 설립된 경쟁사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의 합병으로 2007년 세워졌으며 2008년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상품거래소(COMEX)를 소유한 NYMEX를 인수했다.

CME그룹은 CBOT·CME·NYMEX·COMEX 등 4개 거래소를 운영하는 시카고의 대표적 금융기관으로, 작년 기준 하루 평균 선물 및 옵션 거래량은 2천330만 건에 달한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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