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새 회계기준 논란 속 생보사도 1분기 역대급 실적

입력 2023-05-17 05:57
보험사 새 회계기준 논란 속 생보사도 1분기 역대급 실적

삼성생명 당기순익 7천68억원…교보·한화도 4천억~5천억원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채새롬 기자 = 새 회계제도(IFRS17) 적용을 둘러싼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손해보험사에 이어 생명보험사까지 올해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보험사의 영업 여건 등 기초 체력은 지난해와 거의 그대로인데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갑자기 실적과 재무 상태가 크게 바뀐 셈이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17을 처음으로 적용한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연결 지배주주 당기 순이익은 7천6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천684억원에 비해 무려 163.4%나 급증했다.

삼성생명의 1분기 보험서비스 순익은 3천837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3천914억원에 비해 2% 줄었으나 투자 서비스 순익은 지난해 1분기 2천769억 적자에서 올해 1분기 2천99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또한 1분기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 규모는 8천460억원이었으며 올해 연간 3조원에서 3조5천억원 정도의 신계약 CSM 유입을 전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분기 실적에 대해 "투자 서비스 부문에서 전년에 비해 기저효과 같은 것은 있었고 회계 제도가 바뀌면서 플러스 요인이 된 게 있다"면서 "하지만 CSM은 워낙 보수적으로 잡아서 변동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CSM은 보험계약으로 얻을 미실현 이익을 평가한 값이다. 보험사는 CSM을 계약 시점에 부채로 인식하고 계약 기간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IFRS17을 계기로 각 사의 회계 기준 자율성이 확대됨에 따라 1분기 실적 발표 전후로 보험업계에서는 일부 보험사가 자의적 가정을 활용해 CSM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도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이 5천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5% 증가했고 한화생명[088350]의 순이익도 4천225억원에 달했다.

교보생명의 올해 1분기 CSM은 연결 기준 5조997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4조7천493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 금리 하락에 따른 금융상품 평가 이익 증가와 IFRS17 도입으로 인한 보험서비스 이익 증가 등의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NH농협생명은 1분기 순이익이 1천146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430억원에 비해 167%가 늘어나는 등 중소형 생명 보험사들도 IFRS17 영향 등으로 급격히 실적이 좋아졌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손해보험사도 삼성화재[000810]가 올해 1분기에 순이익 6천133억원을 거뒀고 DB손해보험[005830]이 4천60억원, 메리츠화재가 4천47억원, 현대해상[001450]이 3천336억원, KB손해보험이 2천538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보험업계는 IFRS17이 처음 적용된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의 놀라운 실적에 대해 IFRS17이 마법을 부린 건지 아니면 보험사들의 자의적인 셈법 때문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지난 15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나라 보험은 상품 구성과 내용이 대동소이해 가정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면서 "규제당국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내놓으면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DB생명보험과 KB라이프생명 등 보험사 4곳에 대한 수시 검사 등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으며, IFRS17과 관련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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