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검찰 압수수색에 '올 것이 왔다'…사태 예의주시(종합)

입력 2023-05-16 15:51
KT, 검찰 압수수색에 '올 것이 왔다'…사태 예의주시(종합)

전직뿐 아니라 현 경영진도 수사 대상으로 알려지자 긴장

사외이사 후보로 새노조 추천 변호사·소액주주 등 신청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조성미 기자 = KT[030200]는 16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예고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온 만큼 광화문 사옥 및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리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KT 내부에서는 이날 압수수색 장소가 광화문 사옥을 비롯해 계열사와 협력 업체 등 10여 곳에 달할 만큼 전방위로 이뤄진 점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의 칼끝이 전직뿐 아니라 일부 현 경영진에게도 겨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욱이 이날은 KT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 추천 사외이사 후보자 신청 접수를 마감하는 날이어서 일각에서는 "왜 하필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KT는 여권 등에서 지적해온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며, 그 일환으로 이날 오후 1시까지 주주 추천 사외이사 후보를 접수했다. KT는 이렇게 접수한 주주 추천 후보에 외부 전문 기관이 추천한 후보를 더해 사외이사 후보자 군을 구성한 뒤 심사를 통해 이사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KT는 이번 압수수색과 사외이사 후보 주주 추천은 무관한 만큼 접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했다.

접수를 마친 후보에는 소수 노조인 KT 새노조가 추천한 김종보 변호사가 포함됐다. 새노조는 "김 변호사는 공정거래, 상법, 노동 등 분야의 법률 전문가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정경 유착 문제 및 비합리적 기업 경영 문제에 대해 소신 있게 발언하고 개혁을 추가해왔다"고 설명했다.

KT 소액 주주 운동을 펼치고 있는 네이버 카페의 운영자 역시 사외이사 후보로 접수됐다.

앞서 KT는 계열사 일감을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구현모 전 대표이사 시절 KT가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 관리 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이 의혹의 골자다.

KDFS는 빌딩 종합 관리와 인력 공급 등을 하는 사업체로, 지난 2010년 8월 KT에서 분할됐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KDFS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847억원이고, 영업이익은 약 28억원이다. 주요 주주는 황욱정 대표이사로 지분율은 42.25%다.



이 같은 의혹에 KT는 지난 3월 이례적으로 보도 참고 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KT는 "사옥 시설 관리와 미화, 경비 보안 등 건물 관리 업무를 KT텔레캅에 위탁하고 있으며,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면서 "KT텔레캅은 정당한 평가에 따라 물량을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은 쉬 가라앉지 않았고, 급기야 시민 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구 전 대표 등 KT의 전직 임원들이 일감을 KDFS에 몰아주고, 이사회를 장악하고자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한 뒤 참고인 조사 등을 진행해왔다.

검찰과 더불어 공정위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에 있는 KT텔레캅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차기 대표이사에 도전했던 구 전 대표가 연임 도전을 포기했고, 이어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한 윤경림 전 사장마저 정기 주주 총회를 앞두고 낙마하면서 KT는 '수장 공백' 상태를 맞게 됐다.

현재 KT는 정관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이사 대행을 맡아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KT 새노조는 논평에서 "상당 부분 KT 이권 카르텔의 실체를 검찰이 확인했고, 뒤늦게나마 관련 KT 임원들이 범죄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수사가 급진전하는 분위기"라며 "가장 책임이 큰 구현모는 여전히 대표이사, 사내이사, 자문역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초유의 KT 경영 공백 사태의 원인과 책임이 정권의 과도한 개입 문제에만 있는 게 아니라, 곪을 대로 곪은 KT 내부 이권 카르텔에도 있음도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이날 KT 주가는 전장보다 2.50% 내린 3만1천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eng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