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 에콰도르 대통령 탄핵 가능성…절차 개시
'여소야대' 국회서 야권 국회의장, 압도적 찬성으로 재선
라소 대통령, 16일 국회 출석 예정…작년엔 탄핵 부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에콰도르 국회가 횡령·배임 및 측근 부정부패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개시한다.
에콰도르 국회는 16일 오전 10시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 탄핵 심판을 위한 본회의를 시작한다고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페루를 비롯한 중남미 주변 국가와 마찬가지로 에콰도르에서는 대통령 탄핵심판권이 국회에 있다.
여소야대로 꾸려진 에콰도르 국회(재적의원 137명)에서 탄핵을 주도한 야당 의원들은 탄핵 정당성을 주장하는 변론을 2시간가량 진행한다.
이후 라소 대통령이 최대 3시간 동안 탄핵의 부당성을 직접 호소하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혐의에 대해 반박할 예정이다. 이후 모든 의원에게 발언권을 주는 토론이 시작된다.
본회의 종료 후 국회의장은 닷새 안에 투표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게 된다.
라소 대통령은 국영석유회사 페트로에콰도르를 비롯한 다수 공기업 계약 과정에 국가 예산에 손해를 끼칠 것임을 알면서도 사업 추진을 승인했다는 혐의와 고위 공직자들 횡령에 일부 가담했거나 이를 눈감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라소 대통령 가족의 마약 밀매 가담 정황과 처남의 공공사업 계약 개입 사실까지 불거지면서 정치권과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앞서 지난 3월 30일 에콰도르 헌법재판소는 국회에서 제출한 라소 대통령 탄핵소추 의향서를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인용했다. 이어 국회는 지난 9일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안건을 출석의원 116명 중 88명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앞서 라소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연료비 등 물가 상승으로 서민 생활고가 커진 가운데 촉발된 반정부 시위 여파로 탄핵당할 뻔했으나, 당시엔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라소 대통령에게 상당히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비르힐리오 사키셀라 의장이 압도적인 지지 속에 재선됐기 때문이다.
전날 국회에서는 재석의원 136명 중 96명 의원이 사키셀라 의장을 지지했다. 이는 탄핵에 필요한 92표를 넘어서는 숫자다.
중도좌파뿐만 아니라 일부 우파 의원들도 국회의장 재선에 찬성표를 던진 건데,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매체는 중도우파 성향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이념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정부에 대해 전반적으로 비판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분석했다.
다만, 에콰도르 헌법상 대통령은 자신의 잔여 임기를 포기하고,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실시를 함께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2021년 5월 취임(임기 4년)한 라소가 탄핵 청문에 응하는 대신 조기 선거 실시안을 던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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