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 前 파키스탄 총리 "체포 배후에 군부 있어"
석방 후 영국 언론과 인터뷰…"개인적 원한·재집권 저지 술수"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지난주 부패 혐의로 체포된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는 그 배후에 자신과 갈등을 빚어왔던 군부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칸 전 총리는 이날 공개된 이 매체 인터뷰에서 "(내 체포는) 사적인 일이었다. 국익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칸 전 총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내 체포의 배후에는 군이 있다"면서 "파키스탄은 이제 육군참모총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8년 취임했다가 지난해 4월 의회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밀려난 칸 전 총리는 이달 9일 부패 혐의로 체포됐고 12일 2주간의 보석을 허가받았다.
칸 전 총리는 군 수뇌부가 자신에게 '개인적 원한'을 품고 있으며 이번에 체포된 이유도 이와 무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파키스탄 군부는 1947년 파키스탄이 영국에서 독립한 뒤 3차례 쿠데타를 일으켜 직접 정치에 참여했다.
지금은 정계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여전히 파키스탄 정치,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으로 꼽힌다. 특히 육군참모총장은 정계의 막후 최고 실세로 평가된다.
앞서 칸 전 총리도 군부의 비호 아래 2018년 총리로 당선됐지만, 다음 해 그가 현 육군참모총장이자 당시 정보국(ISI) 수장이었던 아심 무니르를 경질하면서 군부와의 사이가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칸 전 총리는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 다른 군 고위 인사들이 자신의 재집권을 막으려 한다면서 "그들은 겁에 질려 있다. 우리가 선거를 휩쓸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를 감옥에 넣을 구실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은 오는 10월 총선을 치른다.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은 총선을 앞두고 칸 전 총리가 체포되자 전국에서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칸 전 총리는 "군과 ISI는 법 위에 있다. 이들은 사람을 체포하고 억류하고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서 "그들은 판사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고 언론을 통제한다. 민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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