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VS 클르츠다로을루, 튀르키예 운명 건 2주 열전 돌입

입력 2023-05-15 18:48
수정 2023-05-15 19:08
에르도안 VS 클르츠다로을루, 튀르키예 운명 건 2주 열전 돌입

예상 뒤집은 1위에 에르도안 '고무'…클르츠다로을루, 여전히 승리 자신

에르도안, 집권여당 강점 활용…클르츠다로을루, 정권교체 희망 역설

5%대 득표 시난 오안 지지층 향배 '안갯속'…접전 양상에 불복시 혼란 우려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대선 1차 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확정하지 못한 채 결선투표를 맞게 됐다.

1위 에르도안 대통령과 2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저마다 승리를 자신하며 2주간의 열전을 다짐하고 있으며, 3위로 5%가 넘는 깜짝 득표를 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캐스팅 보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선거 전 예상을 뒤집은 1차 투표 결과에 선거가 접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결선투표 이후 불복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에르도안 "'튀르키예의 세기' 도달", 클르츠다로을루 "2차엔 분명 승리"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최고선거위원회(YSK) 집계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49.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것은 선거 전 예상을 뒤집은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선거 직전인 지난 11일 여론조사 기관 콘다(Konda)가 공개한 조사 결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43.7%의 지지율로 49.3%를 얻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 5.6%포인트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일부 조사에서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지지율이 50%를 넘기기도 했다.

여기에 당시 야권 2위 후보인 무하렘 인제 조국당 대표가 전격 사퇴를 발표하면서 야권 표 분산 효과가 사라짐으로써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승기를 잡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인제 대표의 사퇴 발표 직후 튀르키예 증시가 급등한 것도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로이터는 "투자자들은 튀르키예 경제 정책이 정상화돼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결과는 이런 예상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개표 초반 에르도안 대통령은 50%대 중반의 득표율로 30%대 중반의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넉넉히 앞서 나갔고, 개표율이 50%를 넘길 때까지 과반 득표율을 유지해 한때 1차 투표로 승리를 확정지을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개표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으나, 예상을 깬 결과에 에르도안 대통령 측은 크게 고무된 표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새벽 앙카라에 있는 집권당 정의개발당(AKP) 당사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훨씬 앞서 있다"며 "선거를 본 사람은 미래 세대에게 튀르키예의 정치 환경이 '튀르키예의 세기'에 도달했다고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국가가 2라운드를 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며 "2차 투표에서는 우리가 분명히 승리한다. 모두가 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일대일 구도 지지층 결집 총력전…총선 구도도 '아전인수'

28일까지 2주간 두 후보는 사력을 다한 선거전을 펼치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차 투표의 여세를 몰아 보수 이슬람 신자층, 도시 및 농촌의 저소득층 등 지지층 결집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막판 각종 선심성 공약으로 효과를 봤다는 판단하에 앞으로도 집권 여당으로서의 우위를 활용한 선거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선거 초반 지진 피해를 의식해 조용한 선거전 기조를 유지하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종반에 접어들면서 한 달간 가정용 가스 무상 공급, 학생 대상 무료 인터넷 데이터 제공 등 정책을 쏟아내며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야당이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 조직과 결탁하고 성소수자를 옹호한다는 등 안보 불안과 보수 이슬람 심리를 자극하는 유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에서 AKP가 주도하는 인민연합이 326석으로 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소야대 대통령을 뽑는 대신 자신에게 표를 몰아줘 국정 동력을 실어달라는 캠페인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일대일 구도의 결선투표에서 자신이 '반(反)에르도안' 공동 후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지난 20년 에르도안 집권기 권위주의적 통치를 종식하고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세속주의를 복원하겠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정통적인 경제 정책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경제난과 지진에 실망한 민심을 붙들기 위한 유세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의 과반 의석을 깨뜨리진 못했으나, 5년 전 선거와 비교하면 여당이 위축되고 야당이 성장한 결과를 통해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과 이번 총선을 비교하면 AKP 연합의 의석수는 344석에서 326석으로 줄었고, CHP 연합의 의석수는 189석에서 214석으로 늘었다.



◇ '캐스팅보트' 오안 "내부 토론 거쳐 지지 후보 결정할 것"

결선투표의 캐스팅보트는 이번 대선에서 예상외의 5%대 득표를 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안 대표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한 차례도 5%의 지지율을 얻은 적이 없었으나 실제 선거에선 5.3%를 득표하며 선전했다. 미국 CNN 방송은 "시난 오안이 결선에서 킹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오안 대표는 야권 후보지만 현재 집권 연합인 민족주의행동당(MHP) 출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그의 지지층이 여야 어느 쪽으로 향할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오안 대표는 "선거가 이렇게 진행된다면 결선투표를 결정짓는 것은 민족주의자들이 될 것"이라며 "매우 힘든 15일이 기다리고 있다. 내부 토론을 거쳐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튀르키예 일간 휘리예트가 전했다.

이번 대선이 반전을 거듭하면서 최종 결과가 나와도 자칫 불복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은 전날 개표 과정에서 여당이 고의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지역 개표에 이의를 제기하는 식으로 개표를 지연시켜 초반 개표 상황을 유리하게 보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영 매체나 친야 매체들이 보도하는 개표 상황이 상이하다면서 관영 매체에 의한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개표 도중 야권이 확인되지 않은 개표 결과를 퍼뜨리고 있다면서 "결과를 성급하게 발표하는 것은 국민의 의지를 도둑질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외메르 젤릭 AKP 대변인은 "야당이 패배의 구실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은 승리를 주장하지만 현실을 보면 당황할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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