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리전' 대만 총통선거, '제3후보 변수' 급부상
中, 집권당 라이칭더 우세에도 민중당 후보 약진에 '판세 변화' 기대
민중당 후보에 커원저 유력시…중국에 중립·중도적 입장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내년 1월 치러질 대만 총통선거에서 '제3후보'인 민중당 후보가 주목받고 있다.
친중 세력인 국민당의 후보가 누가 되든지 현재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 겸 주석에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가운데 민중당 후보의 약진이 '선거판'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중당은 이달 17일 총통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며, 현재로선 8년간 타이베이 시장을 역임한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주석이 유력하다.
국민당은 이달 20일 당내 지명절차를 통해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 시장과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훙하이<鴻海>정밀공업)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을 최종 총통 후보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궈타이밍은 총통 당선 때 현재 집권당이 반대하는 소형 원자력발전소를 전국에 걸쳐 짓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나, 지지율 면에서 허우유이 시장에 열세인 상황이다.
대만의 차기 총통 선거는 내년 1월 13일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며, 차기 총통은 그보다 4개월여 후인 5월 20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이어 취임한다.
중국의 관영 경제매체 차이신은 최근 대만 언론매체들의 조사를 인용해 라이 부총통이 약 35%의 지지를 받고 국민당은 누가 후보로 정해지든 약 30%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커원저 민중당 주석이 최소 20%의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중당 후보가 중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민진당과 국민당 후보 간의 승부가 쉽게 나지 않는 접전이 될 것으로 차이신은 짚었다.
대만 야권에선 그동안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당과 민중당 간의 총통 후보 단일화 요구가 거셌지만, 민중당은 이를 거부해왔다.
지난 8일 민중당 총통 후보로 정식 등록한 커원저 주석은 "(국민당과 민중당은) 양립할 수 있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국민당이 친중 노선을 분명히 하는 데 비해 민중당은 중도적·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총통 선거가 입법위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점도 단일화를 막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중당이 국민당과 총통 후보를 단일화하면 민중당 입법위원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민중당의 총통·입법위원 선거 지지율 상승은 민진당과 국민당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대만 언론은 관측했다.
이에 따라 대만 총통 선거가 접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거를 놓고 대만·미국과 중국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대만 당국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중국이 군사적 위협, 심리전, 경제·무역 압박, 인터넷 해킹 등의 수단을 이용해 대만에 대해 복합적인 위협을 가할 것으로 보고 대비 중이다.
이에 미국은 유사시 대만에 대한 확고한 군사·경제적 지원 의지와 함께 국제 수송로인 대만해협 수호 의지를 피력하면서 대만과 경제·안보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한 무역 장벽 조사를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때까지 이어가는 '경제적 강압'을 지속하는 한편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교류 회복을 가속하는 강온 양면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국민당의 마잉주 전 총통(3월 말∼4월 초 방중)에 이어 지난 10일부터 방중한 롄성원 국민당 부주석을 환대하고 있다. 롄 부주석은 대만 국민당 롄잔 명예주석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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