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이미 긴축 끝…금리 19개월전 뒷걸음에 새 가계대출 2배
3.6%대 대출금리, 2021년 9월 이후 최저…사실상 긴축 이전으로 후퇴
은행 "작년 2∼3배 대출상담 쇄도"…예금은 한달 13조원 썰물
가계빚, GDP의 105%…한은 "80% 넘으면 경기침체 가능성 커져"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은 물가 등을 고려해 당분간 통화 긴축 기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빠르게 긴축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8월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고, 금리 고삐가 느슨해지자 신규 가계대출도 1년 전의 두 배로 뛰었다. 부동산·주식 매매가 조금씩 살아나는 데다, 전세보증금 반환과 생활자금 수요 등까지 더해진 결과다.
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를 웃도는 우리나라 가계신용(빚)이 1년 반 이상의 긴축에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경우, 경기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대출금리, 올해 1%p 이상↓…주담대 변동금리까지 3%대 눈앞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80∼5.796% 수준이다.
올해 초(1월 6일)와 비교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1.140%포인트(p)나 떨어졌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684%p(4.527%→3.843%) 낮아진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부도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더구나 지표금리 낙폭(0.684%p)보다 실제 대출금리가 더 많이(1.140%p) 내린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앞다퉈 '상생금융'을 강조하며 가산금리까지 스스로 낮췄기 때문이다.
A 은행의 내부 금리 추이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 3.680%는 2021년 9월 말 3.220% 이후 1년 7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같은 해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만큼, 대출금리가 긴축 초입 당시로 되돌아간 셈이다.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3.900∼6.466%) 하단도 3%대로 내려앉았고,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4.650∼6.150%) 하단 역시 약 5개월 사이 1.006%p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의 경우 최저 수준이 5.080%에서 4.090%로 0.990%p 내려왔다. 지표금리 코픽스(COFIX)의 0.780%p(4.340%→3.560%) 하락에 가산금리 축소와 우대금리 확대가 더해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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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출 금리·채권 금리 추이│
│ ※ KB·신한·하나·우리은행, 은행연합회, 채권정보센터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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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월 6일│2023년 5월 12일 │하단,상단 변동폭│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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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연 5.080∼8.110% │연 4.090∼6.821%│-0.990%p, -1.289%p │
│변동금리(신규 │ │││
│코픽스 기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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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연 4.820∼7.240% │연 3.680∼5.796%│-1.140%p, -1.444%p │
│혼합형금리(은 │ │││
│행채 5년물 기 │ │││
│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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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주택 │연 4.830∼7.240% │연 3.900∼6.466%│-0.930%p, -0.774%p │
│금융공사 보증.│ │││
│2년만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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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금리(│연 5.656∼6.890% │연 4.650∼6.150%│-1.006%p, -0.740%p │
│1등급·1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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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신규취 │4.340%│3.560% │-0.780%p│
│급액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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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5년물(A│4.527%│3.843% │-0.684%p│
│AA·무보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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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1년물(A│4.104%│3.650% │-0.454%p│
│AA·무보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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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은행 신규 주담대 1년전의 약 2배…신용대출도 30%이상↑
이처럼 금리가 긴축 이전 수준에 근접하자, 가계대출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월별 신규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지난 3월에만 모두 18조4천28억원의 새로운 가계대출이 이뤄졌다. 1년 전인 작년 3월(9조9천172억원)과 비교하면 86%나 많다.
4월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15조3천717억원)도 1년 사이 69%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3월과 4월 각 93%(8조6천878억원→16조7천628억원), 76%(7조8천536억원→13조7천888억원) 뛰었다.
A 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이 아닌 은행 자체 상품만 따로 계산하면 지난달 신규 주택담보대출도 1년 전의 거의 2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3월과 4월의 신규 신용대출도 각 33%(1조2천294억원→1조6천400억원), 30%(1조2천178억원→1조5천830억원) 불었다.
이달 들어서도 새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A 은행에서는 11일까지 1조1천179억원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취급됐는데, 불과 열흘 남짓의 대출 실적이 벌써 지난해 5월 전체(1조6천671억원)의 67%에 이르렀다.
B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7천358억원)도 작년 5월의 절반을 넘어선(54%) 상태다.
새 대출 증가 속도가 기존 대출의 상환 속도를 앞지르면서, 결국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52조3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3천억원 늘었다. 4개월 만의 반등이다.
금융당국이 집계한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2천억원 불었는데, 2022년 8월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나타난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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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은행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 월별 추이 (단위 : 억원) │
│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료 취합│
│ ※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전세자금대출 포함 │
│ ※ 괄호 안 수치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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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3│2022.4 │2022.12 │2023.1 │2023.2 │2023.3 │20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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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86,878│78,536 │121,479 │106,766 │111,395 │167,628 │137,888 │
│ │ │││││(93%) │(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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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12,294│12,178 │11,168 │11,473 │13,958 │16,400 │15,830 │
│ │ │││││(33%)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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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99,172│90,714 │132,647 │118,239 │125,353 │184,028 │153,717 │
│ │ │││││(86%)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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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부동산 거래 회복에 전세보증금반환·생활자금 수요 겹쳐"
긴축 종료와 완화 시작에 대한 기대로 최근 시중은행 창구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다.
A 은행의 인천 지역 지점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특례보금자리론과 시중은행 대출 금리를 비교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며 "생각보다 은행 금리 조건이 좋다는 반응들이 많다"고 전했다.
같은 은행 경기 시흥 지역 지점 관계자는 "체감이 될 정도로 대출 취급이 늘어났고, 대출상담사를 통한 대출도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B 은행 관계자는 "최근 영업점 창구의 대출 상담이 작년 말의 2∼3배로 늘었다"며 "지난해 대출 상담이 단순히 문의 수준이었다면, 최근 상담은 주로 실제 주택구입과 임차, 투자용 자금에 대한 것으로 대출 실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진했던 주택 거래가 회복되고 전세 세입자의 이사도 늘어나는 가운데 금리 인하까지 맞물린 결과"라며 "주식이나 기타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개인 신용대출 상담과 대출 신청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대출 상담 가운데 임차보증금 반환용 자금, 생활자금 수요가 적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C 은행 서울 강북지역 지점 관계자는 "대규모 주거지가 인접한 지역인데, 세입자 퇴거 대출 관련 문의가 특히 늘고 있다"며 "전셋값 하락, 대출 규제 완화 속에 금리까지 떨어지자 대출받아 전세 보증금을 해결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D 은행 관계자는 "2억원이었던 생활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폐지돼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범위 안에서 충분히 생활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된 것도 가계대출 증가의 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 완전히 바뀐 돈 흐름…4월 정기예금에서만 6.4조원 빠져
대출은 늘어나지만, 반대로 은행 예금은 빠르게 줄고 있다.
채권 등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뿐 아니라 수신(예금) 금리도 떨어졌기 때문인데, 금리 인상기에 시중 자금을 대거 빨아들여 결국 자금 경색의 원흉으로까지 지목되던 작년 하반기와 대조적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우대금리는 현재 연 3.40∼3.80%다.
공시된 각 은행 상품별 12개월 만기 최고우대금리는 ▲ 농협은행 NH고향사랑기부예금 3.80% ▲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3.53% ▲ KB국민은행 KB스타(star)정기예금 3.51% ▲ 농협은행 NH내가그린(Green)초록세상예금 3.50% ▲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3.50% ▲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 3.47% ▲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Ⅱ 3.40% 순이었다.
금리 매력이 사라지자 예금은행의 4월 말 수신 잔액(2천204조9천억원)은 3월 말보다 13조4천억원 줄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14조8천억원, 정기예금도 6조4천억원 감소했다
◇ 긴축에도 크게 줄지 않는 가계 빚…"성장률에도 타격"
1년 반 넘게 이어진 통화 긴축에도 여전히 GDP의 100%가 넘는 가계 신용이 더 이상 줄지 않고 다시 늘어날 경우, 앞으로 금융 안정은 물론 경제 성장 자체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한은 내부에서 나왔다.
한은이 최근 1960∼2020년 39개 국가 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가계부채 증가가 GDP 성장률과 경기침체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GDP 대비 가계신용비율(3년 누적)이 1%p 오르면 4∼5년 시차를 두고 GDP 성장률(3년 누적)은 0.25∼0.28%p 떨어졌다.
가계신용이 늘어나면 3∼5년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연간 GDP 성장률 마이너스)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는데, 특히 가계신용 비율이 80%를 넘는 경우에는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이 더 높았다.
한은은 2021년 8월 이후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무려 3.00%p나 올리면서 긴축을 주도했지만, 한국의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작년 4분기 기준 105.1%에 이른다.
권도근 한은 통화신용연구팀 차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가계신용 비율이 이미 100%를 초과한 상황에서는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신용 비율이 80%에 근접하도록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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