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텍사스 '총기참사' 한인가족 장례식 엄수…하늘도 울었다
100여명 모여 '하관 예배'…침묵 속 오열·흐느낌만 이어져
추모 물결과 함께 총기 규제 여론 확산…"목소리 높일 것"
(코펠[미 텍사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텍사스주 쇼핑몰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한인 가족 조모(37)씨 일가족 3명의 장례식이 12일 오전 텍사스 댈러스 인근 코펠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엄숙하게 치러졌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유족들과 친지, 조문객 등 100여명이 야외 장례식장에 모인 가운데 고인들이 다닌 교회에서 주재하는 '하관 예배'가 진행됐다.
하관에 앞서 모두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묵도로 예배를 시작했다.
예식 내내 상공을 지나는 비행기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기도와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 외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관을 땅속으로 내리는 절차가 시작되자 유족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했다. 애끊는 심정일 유족들을 보면서 친지들 역시 함께 흐느꼈다.
회색 구름이 잔뜩 껴 계속 찌푸렸던 하늘에서는 땅에 관이 내려진 직후 갑자기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는 이내 그쳤지만, 하늘이 마치 이 가족의 비극을 함께 하는 듯했다.
조문객들 모두 꽃 한 송이씩 관 위에 헌화한 뒤 함께 고인들의 안식을 비는 기도를 끝으로 예식은 마무리됐다.
식이 끝난 뒤에도 친지와 조문객들 대부분 발걸음을 쉽사리 떼지 못했고, 관 위에 흙이 덮일 때까지 지켜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구름이 다소 걷히고 뜨거운 텍사스의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고인들은 세상과 안타까운 작별을 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조씨 가족은 지난 6일 오후 지인 모임에 참석한 뒤 큰아들이 나흘 전 생일선물로 받은 옷을 다른 사이즈로 교환하러 가까운 앨런 아웃렛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부부와 3세 작은아들이 현장에서 숨졌고, 큰아들인 6세 아이만 살아남았다.
이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미국의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개설된 페이지에는 사흘 여간 3만6천여건의 기부가 이어져 187만1천290달러(약 25억원)가 모금됐다.
유족 측은 이 모금액을 생존한 아이를 위해 쓰겠다고 밝히면서 11일 모금을 종료했다.
이번에 총기 난사가 발생한 도시 앨런을 비롯해 한인 15만여명이 사는 댈러스-포트워스 전역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격을 가한 범인이 정신질환으로 군에 입대했다 강제 전역한 이력이 있는 데다 강한 인종주의에 뿌리를 둔 신(新)나치즘을 추종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이런 사람들이 손쉽게 총기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댈러스-포트워스 권역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코펠시에서 한인 최초로 시의원으로 당선돼 활동하고 있는 전영주 변호사는 이날 장례식장에서 기자와 만나 "지역 시의원으로서 주 정부를 비롯해 법을 다루는 상원·하원의원들을 만나서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려면 만나서 자꾸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며 "아시안들이 같이 모여서 그런 자리를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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