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업턴 대비"…반도체업계,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 박차

입력 2023-05-14 06:01
"다가올 업턴 대비"…반도체업계,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 박차

삼성전자, CXL 2.0 D램 개발…SK하이닉스, CXL에 연산 통합 CMS 선봬

메모리에 연산 더한 PIM 개발 활발…HBM도 거듭 진화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반도체 업황이 바닥 확인에 나선 가운데 반도체 업체들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혁신 제품으로 메모리 불황을 넘고, 다가올 '업턴'(상승 국면)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최근 빅데이터와 챗GPT 등 인공지능(AI) 서비스 열풍이 거세지며 이를 지원하는 고성능 반도체 기술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최근 업계 최초로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2.0을 지원하는 128기가바이트(GB) CXL D램을 개발, 연내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CXL 1.1 기반 CXL D램을 개발한 지 1년 만이다.

CXL은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커넥트 기술로, 메모리 업계에서는 새로운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CXL D램은 메인 D램과 공존하면서 D램의 용량과 대역폭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메모리 반도체의 초미세공정 속도가 더뎌지는 점을 고려하면 CXL은 이 같은 한계에서 벗어나 효율적으로 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AI, 머신러닝(기계학습) 등 고속의 데이터 처리가 요구되는 차세대 컴퓨팅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도 작년 8월 CXL 기반 메모리 샘플을 개발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CXL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통합한 CMS 개발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가 선제 개발한 CMS는 고용량 메모리를 확장할 수 있는 CXL의 장점에 빅데이터 분석 응용 프로그램이 자주 수행하는 머신러닝, 데이터 필터링 연산 기능까지 함께 제공한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CXL 메모리 플랫폼 시장이 2030년 200억달러(약 24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산 기능을 갖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PIM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데이터 저장 역할을 맡고 비메모리 반도체인 CPU나 GPU가 사람의 뇌와 같은 연산 기능을 담당한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PIM은 메모리 내부에 연산 작업에 필요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신개념 융합기술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2월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HBM-PIM을 개발했다.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2에 AI 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AI 시스템에 HBM-PIM을 탑재하면 기존 HBM2를 이용한 시스템 대비 성능은 2배 이상 높아지고 시스템 에너지는 70% 이상 감소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2월 PIM이 처음 적용된 'GDDR6-AiM' 샘플을 개발했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HBM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현존 최고 용량인 24GB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HBM3는 HBM(1세대), HBM2(2세대), HBM2E(3세대)에 이은 4세대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기존 대비 용량을 50% 높였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HBM 5세대인 HBM3E 제품 샘플을 준비하고 내년 상반기에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HBM3E는 8Gbps(초당 기가비트) 속도를 구현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로 추정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AI 시장 요구(니즈)와 기술 트렌드에 맞춘 최고 성능·용량 제품을 적기에 제공하기 위해 이미 주요 고객사에 HBM2와 HBM3 제품을 공급해왔다"며 "시장이 요구하는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을 갖춘 차세대 제품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1위인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안방인 한국에서 차량용 LPDDR 플래시 메모리 '셈퍼(SEMPER) X1'을 공개하기도 했다.

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주로 쓰이는 D램으로, LPDDR 기술에 플래시 메모리를 접목한 차량용 메모리를 선보인 것은 업계 처음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AI와 챗봇 등의 신규 수요가 늘면 서버용 D램의 주력 제품이 기존 DDR4에서 DDR5로 세대 교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재고가 쌓인 DDR4 등 구형 공정을 중심으로 감산하고 있다.

다만 올해 초 인텔의 신규 서버 CPU인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에도 서버 교체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DDR5 수요는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생산 능력(캐파)을 늘리는 게 아니라 차세대 제품을 위한 공정 전환 등의 투자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제품 양산 준비에 투자해 향후 업턴 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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