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쁘라윳 총리 "총선 패하면 정계은퇴"…육군 "쿠데타 없다"
정치전문가 "군부, 다른 카드 없으면 정당해산 택할 수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14일 열리는 총선에서 다시 정부를 구성할 만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12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전날 남부 니콘시탐마랏주 유세에서 "당이 지역구에서 적은 수의 의석만 얻는다면 집으로 돌아가 쉬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강력한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지역구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지난 총선에서 나를 믿어준 것처럼 한 번 더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직에 올랐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약 5년 만인 2019년 3월 총선을 실시했고, 쁘라윳은 팔랑쁘라차랏당(PPRP) 후보로 직접 나서서 총리로 선출됐다.
2017년 개헌으로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이 총리 선출에 참여하도록 장치를 마련해 놓은 뒤였다.
지난 1월 PPRP를 떠나 루엄타이쌍찻당(RTSC)에 입당한 쁘라윳은 다시 총리로 선출돼도 총리 임기 최장 8년 규정에 따라 2년간만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다.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이 이달 초 발표한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쁘라윳은 14.84% 지지로 3위에 그쳤다.
탁신계인 제1야당 프아타이당과 진보 정당 전진당(MFP) 등 군부와 대척점에 선 야권이 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쁘라윳 총리로서는 하원에서 친(親)군부 세력을 모아 상원을 등에 업고 소수 정부를 꾸리는 게 현실적인 목표로 꼽힌다.
총선 이후 정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군부의 정치 개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군주제 전환 이후 쿠데타가 19차례나 발생했다.
나롱판 칫깨우때 육군참모총장은 "내가 자리에 있는 동안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모두 쿠데타라는 단어 자체를 지워야 한다"고 전날 취재진에게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며 "지금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정권 연장에 실패해도 당장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지만, 법적 수단을 동원해 반격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 여권인 PPRP 측은 피타 전진당 대표가 미디어업체 iTV의 주식 4만2천주를 소유하고 있다며 선거관리위원회와 반부패위원회(NACC)에 문제를 제기했다. iTV는 1992년 설립된 독립방송사로 지금은 운영되지 않지만, 피타 대표는 상속받은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PPRP는 피타 대표가 2019년 총선 당선 후 자산 신고에 해당 지분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미디어기업 소유주나 주주의 공직 출마를 금지한 법에 따라 총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프아타이당과 전진당의 전신에 해당하는 정당이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해산된 사례도 있다.
뿐차다 시리완붓 마히돌대 교수는 "또 다른 정당 해산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군부 측은 다른 카드가 없다면 국민들이 보기에 불법적인 쿠데타보다 법에 의존할 수 있는 정당 해산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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