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이오 허브' 보스턴에 거점 구축 추진…"맞춤전략 써야"(종합)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홍릉강소특구 방문해 현장의견 청취
김인산 KIST 펠로우 "보스턴 황새 따라가려면 가랑이 찢어져…한국 맞춤형 전략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세계 첨단바이오 산업 핵심인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생명공학 협력단지)에 국내 기업을 진출시키기 위한 거점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2일 국내 바이오클러스터 중 하나인 서울 홍릉강소특구를 방문해 입주 기업 및 고려대학교, 경희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기술기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첨단바이오 분야 및 바이오클러스터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고 과기정통부가 전했다.
간담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KIST는 과기정통부와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에 현지 거점을 구축하고, 홍릉에서 발굴한 성과를 가져가 세계 각국과 경쟁하는 기업으로 육성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술사업화 새 모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또 홍릉 지역을 세계적 바이오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 KIST의 연구역량과 인프라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미국에서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가 같이 협력하는 것을 보니 부러운 게 있었다"며 "기관 사이 칸막이 없이 협력하고 자리 잡는 것을 우리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홍릉이 입지도 좋은 만큼 보스턴 클러스터처럼 크게 키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예산이 크지 않고 올해 예산도 많이 감액된다고 들었다"며 바이오가 산업 분야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국이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는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를 똑같이 모방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오벤처 K2B 테라퓨틱스와 시프트바이오를 창업한 김인산 KIST 펠로우는 "보스턴 같은 황새를 우리가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며 바이오클러스터 내 투자 절반 이상을 미국으로부터 받는 이스라엘의 사례 등 다른 전략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 창업한 이후 법률이나 기반이 잘 갖춰진 미국의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현명한 뱁새가 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이 밖에도 첨단바이오 분야 국가전략기술 육성 방안과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의 성공 요인 및 국내 발전방향 등이 논의됐다.
이 장관은 간담회에 앞서 홍릉강소특구 내 입주한 첨단바이오 스타트업을 방문해 개발 기술과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수술로봇 스타트업인 해머앤아머는 외과의사가 팔에 직접 착용하고 원할 때 수술도구를 바꿀 수 있는 웨어러블 형태의 수술로봇을 소개했다.
외과의사 출신인 윤삼열 해머앤아머 대표는 "외과수술 로봇은 많은 사람이 필요한 반면 웨어러블 로봇은 의사가 직접 조절하면 돼 상급종합병원뿐 아니라 2차병원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고 설명했다.
셀렌진은 난치성 고형암 치료를 위한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이 장관은 "최근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기술로 가속화되는 첨단바이오 분야는 연구개발 투자도 중요하지만, 바이오 관련 산업계, 학계, 연구계뿐만 아니라 IT 등 다른 분야와도 협력이 이루어지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특히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바이오클러스터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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