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尹대통령, 한미관계 고려해 한일관계 매듭 풀어"
도쿄서 열린 '김병로 평전' 일본어판 출판기념회 참석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데 대해 "한국·미국 관계, 미국·일본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윤 대통령이 결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도쿄 메이지대학에서 열린 '한국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평전' 일본어판 출판기념회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윤 대통령이 외교 문제에 대해 본인 나름대로 결단을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 미국이 중국에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중국을 포위하려고 한다"며 "한국은 한미 동맹 때문에 생존 자체가 미국과 깊이 연관돼 있어 미국과 관계에서 달리 홀로 행동할 수가 없다. 그런 일환에서 이번에 일본과 관계가 풀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일 관계는 한국이 대법원 판결이 옳다고 하고 일본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로 모두 해결됐다고 팽팽하게 맞서서 풀어질 수 없었는데 윤 대통령이 결단으로 그 매듭을 풀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일부에서 정부가 성급하게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많은 것이기 때문에 이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좀 슬기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대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악화한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구 서독과 소련의 관계를 참고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와 경제면 등에서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좀 더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며 "과거 서독이 미국 및 나토와 동맹관계에 있으면서도 소련 및 동유럽과 나름대로 노력한 그런 외교 정책을 우리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을 재건한 콘라드 아데나워 서독 초대 총리가 냉전이 심했던 1955년 모스크바를 방문해 소련 공산당 지도부와 대화한 노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예를 들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출판기념회 기념사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의 보루인 '사법부 독립'이라는 다섯 글자를 분명하게 각인시켰다"고 평가하며 현재 사법부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요즘 대한민국 사법과 관련한 여러 문제를 보면 사법부 독립이란 기본조차 제대로 안 지켜져 벌어지는 일들이 있다"며 "재판관이 법률적인 원칙에 의해 재판할 생각을 안 하고 개인적 공명심으로 엉뚱한 판결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사법부가 잘못되게 판결하더라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자신의 마음에 맞는 사람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하면서 그것을 사법 개혁이라고 포장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부가 특정 정파의 입김에 흔들리는 것도 최근 몇 년간 사법부의 걱정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한국을 내려다본다면 당신이 기틀을 세운 사법부 독립이 송두리째 흔들린다고 개탄하지 않을까 한다"며 "김병로 평전이 일본에서 출판되는 것이 대한민국 사법부는 물론 한국과 일본 국민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김병로 평전 일본어판은 2017년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출간한 '가인 김병로'를 일본어로 번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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