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의결권 행사 '실수'로 주총 결과 뒤바뀌어
이스트스프링, KISCO홀딩스 주총서 국민연금 일임 없이 의결권 행사
무효표 인정되면 소액주주 추천 후보가 감사위원 다득표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한 자산운용사가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KISCO홀딩스[001940]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으로부터 위임받지 않은 의결권을 행사해 감사위원 당락이 뒤바뀐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ISCO홀딩스는 지난 3월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김월기 씨를 비롯한 3명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당시 김 씨가 받은 표는 322만6천758표로, 소액주주 연대가 추천했던 또 다른 감사위원 후보 심혜섭 변호사보다 2만3천696표를 더 받아 감사위원에 선출됐다.
그러나 김 씨가 받은 표 가운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던진 2만4천507표가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 변호사 및 KISCO홀딩스 주주연대에 따르면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국민연금으로부터 일임받은 자금으로 운용하는 자사 펀드 '액티브퀀트펀드'에 편입된 KISCO홀딩스 주식(2만4천507주)으로 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이 주식은 국민연금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지 않은 물량이었다.
심 변호사는 "법률상 국민연금 보유주식의 의결권은 국민연금이 행사해야 함에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국민연금에 알리지 않고 의결권을 도용해 위법하게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역시 의결권 행사 과정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운용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른 펀드 수익자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은 KISCO홀딩스 800여주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지 않은 물량까지 휩쓸려 표를 행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찬반은 의결권 자문기구의 도움을 받아 결정한 사안"이라며 이번 사태는 의도성이 없는 '단순 실수'라고 밝혔다. 또 자신들도 주주총회 결의 취소의 소 등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물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만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행사한 표가 무효표로 인정될 경우 심 변호사는 김 씨보다 800여표를 더 득표한 셈이 된다.
심 변호사는 "회사 측에선 김 씨가 감사위원직에서 사임하고 임시주총이나 다음 정기주총을 통해 다시 뽑으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정정 공시나 등기절차 등을 통해 이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주총 결의 취소의 소나 이사 지위 확인의 소 등 모든 법적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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