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러시아에 "세계의 굶주림을 전쟁 무기로 삼아선 안 돼"
"의견일치는 아직"…10~11일 곡물협정 관련 4자간 고위급 회담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국 국무부 장관과 영국 외무부 장관이 러시아에 세계인들의 굶주림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흑해 곡물 협정을 확장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최근 러시아는 또 한 번 우크라이나에 입항해 곡물을 실으려는 선박을 막아섰다"며 "글로벌 식품시장과 아프리카, 중동 등 식량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식량이 줄어들게 만드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사람들의 굶주림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몇주에 한 번씩 상기시킬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튀르키예에 있는 우리의 동료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에 감사드린다"라고도 했다.
클리버리 장관도 "흑해 곡물 협정에 대한 당신(블링컨 장관)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굶주림을 이용하는 건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러시아)은 흑해 곡물 협정에 즉시 재서명해야 한다"며 "세계에서 식량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량 공급을 개방해야 하며 개발도상국의 굶주림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렛대로 삼는 것은 삐뚤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흑해 봉쇄로 고조된 세계 식량난 완화를 위해 작년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협정은 120일 기한으로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3월 두 번째로 연장됐으나, 러시아는 연장 기한이 60일로 오는 18일 종료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120일간 협정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러시아, 튀르키예, 유엔 등이 협정 연장에 대한 4자 회담을 개최했으나 흑해를 통한 수출을 허가받은 선박이 한척도 나오지 않으면서 협상 진전은 더딘 상황이다.
러시아 국영 통신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달 10~11일에도 튀르키예에서 곡물 협정 관련 4자 간 고위급 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별다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해당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한 소식통은 스푸트니크에 "결정적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아직은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실무 대표단들이 이미 고위급에서 논의될 다양한 선택지들에 대해 논의했다"며 "(고위급) 논의가 의견일치로 이어지길 바라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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