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폭행' 민사소송 패소…성추행 등 500만달러 배상평결(종합)

입력 2023-05-10 05:22
수정 2023-05-10 12:12
트럼프, '성폭행' 민사소송 패소…성추행 등 500만달러 배상평결(종합)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성추행·명예훼손 책임은 인정

트럼프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 반발…항소 방침 천명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민사 소송에서 패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이 같은 평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배심원단은 원고인 E. 진 캐럴(79)의 주장 중 일부만 인정했다.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캐럴이 이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하고,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다.

지금껏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성적 비위와 관련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법원에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폭행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 "그 여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사기'와 '거짓말'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캐럴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모두 500만 달러(약 66억 원)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달 25일부터 진행됐다.

뉴욕에 거주하는 남성 6명과 여성 3명의 성비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날 오전 숙의절차에 들어갔고,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3시간도 안 돼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적 책임을 인정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에 "난 그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이번 평결은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자 (미국의) 불명예"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항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공판에 참석하지 않았고, 동영상으로 무죄를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재판에서 캐럴의 성폭행 피해 주장은 회고록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한 거짓말이라면서 배후에 반(反)트럼프 진영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배심원단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의 민사소송은 엄격한 증거를 기반으로 유·무죄를 가리는 형사 소송과 달리 원고와 피고 중 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출하는 측이 승소하게 된다.

실제 이날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의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배심원단이 숙의에 착수하기 직전 "우세한 증거가 무엇인지 잘 판단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한편 원고인 캐럴은 승소 평결 이후 법원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다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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