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연홍 제약협회장 "제약선진국과 격차 축소 해법은 'AI 활용'"
"K-스페이스 플랫폼 통해 기술 부풀리는 기업 거르고 성과 낸 기업에 투자 집중"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 조속히 설치해야…정부 지원 위한 새 거버넌스 필요"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K-스페이스를 통해 큰 기업과 기술력 있는 바이오벤처를 연결해주며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 것입니다."
노연홍 신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협회가 운영하는 신약 파이프라인 정보 플랫폼 'K-스페이스'를 통한 지식거래 활성화 계획을 밝히며 한 말이다. K-스페이스 플랫폼에는 227개 제약바이오기업의 파이프라인들 중 검증이 완료된 1천200개 파이프라인이 담겼다.
노 회장은 "K-스페이스에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기술을 올려놓으면 터무니없이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기업을 걸러낼 수 있어 여기서 성과를 내는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서로의 기술을 평가해 협업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어떤 기업이 기술력이 있는지 판단해 투자할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노 회장은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해 바이오 기업을 발굴·지원하는 공동투자사업인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도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지난 3월 협회장에 취임한 노 회장은 이달 초 협회 조직 개편을 단행해 정책본부 내 산업진흥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K-스페이스를 비롯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가속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노 회장은 범정부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정책을 논의하는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의 조속한 설치를 위해 애쓰고 있다. 혁신위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노 회장은 "국내 제약사의 자본과 기술이 아직 충분치 않아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므로 빨리 혁신위의 방향을 잡고 정부와 산업계가 같이 노력할 기틀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위가 설치되면 민관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정책금융, 세제지원, 인력양성 등 여러 분야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는 기대했다.
혁신위 설치가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조직을 새로 구성하려면 법 개정 등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돼 시간이 걸린다"며 "협회는 지금도 계속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K-바이오백신펀드도 언급했다. 그는 "임상 3상까지 완주하고 싶어도 여력이 부족해 중도에 기술수출하는 기업이 많다"며 "연구개발 지원 규모, 즉 절대액을 증대하고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와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등 지원 방식에 있어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제약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자 '인공지능'(AI)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노 회장은 "AI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 방대한 자료 검토와 후보물질 발굴, 임상시험에 드는 기간을 많이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출발은 조금 늦었으나 AI를 잘 활용하면 격차를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잘 갖춰져 있어 방대한 의료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개인정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활용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협회는 2019년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
노 회장은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대통령실 보건복지비서관·고용복지수석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지난 3월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군대와 경찰이 필요하듯, 코로나19 이후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는 걸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다"며 "이런 시기에 취임하게 돼 깊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공직 경험이 회장으로서 어떤 도움이 될지 물었다.
"저는 중간자 역할입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다르게 정부 정책과 밀접해 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제 공직 경험으로 산업계와 정부 사이를 조율하면서 산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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