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EU대사 "中, 러군 우크라 철수 등 '공정한 평화' 도와야"

입력 2023-05-09 16:02
주중 EU대사 "中, 러군 우크라 철수 등 '공정한 평화' 도와야"

시진핑-젤렌스키 통화에 "긍정적…中에 특별한 책임, 더 노력해야"

EU 외교안보대표의 '대만해협 순찰' 발언에는 "과장된 것" 해명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대사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정착을 위한 중국의 중재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러시아군의 철수를 포함한 평화 달성을 위해 중국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르헤 톨레도 주중 EU 대사는 9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한 것이 매우 긍정적인 조치였다고 평가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톨레도 대사는 그러나 중국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참여국인 중국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며, 중국이 더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철수를 수반하는 '공정한 평화'에 도달하도록 더 많은 도움을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핵무기 포기를 대가로 안전을 보장받는 내용이 골자다. 1994년 러시아·미국·영국이 협정에 서명했고, 프랑스와 중국도 별개 문서로 일정 정도의 보증을 약속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한데다, 지난해 전면 침공을 감행하면서 협정을 파기했다.

톨레도 대사는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에 따른 안보 우려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으켰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반박하며 러시아 측 입장을 지지해온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침략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법적인 안보 우려는 없다"면서 "실상은 정확히 그 반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최근 나토의 확장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톨레도 대사는 또한 최근 중국 당국이 국가기밀 유출 우려를 명목으로 스파이 방지법을 확대하고 컨설팅 회사 단속에 나선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경제를 개방,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중국의 목표를 겨냥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컨설팅 기업 단속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톨레도 대사는 유럽이 지난해 중국을 상대로 역대 최대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중국을 상대로 특정 국가를 산업망 등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과도한 집중이 이는 부분은 아주 작다"며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올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 등 양측 간에 추가 고위급 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렐 대표가 최근 유럽 각국 해군이 대만해협 순찰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 톨레도 대사는 "극도로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보렐 대표는 지난달 프랑스 주간지 기고문에서 대만이 "우리와 경제적, 상업적, 기술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대만해협 순찰을 주장해 중국 측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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