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 공룡 용각류 '덩치' 키운 진화 전략 제각각
몸 비율·목 굴기·성장률 등 '틈새' 생태계 노리고 진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목과 꼬리가 긴 초식공룡인 용각류는 지구에 존재한 육상동물 중 가장 큰 체격을 갖고있다.
가장 큰 아르겐티노사우루스와 브라키오사우루스, 바로사우루스 등 대형 용각류의 덩치는 바다의 대왕고래를 제외하면 견줄만한 동물이 없을 만큼 독보적이다.
하지만 이런 큰 몸집은 두루 적용되는 진화 전략 없이 쥐라기와 백악기에 걸쳐 약 1억년간 36개 용각류 계통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진 진화의 산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아델피대학교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학 조교수 마이크 데믹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용각류가 대형 몸집을 갖게 된 과정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용각류는 약 2억년 전 출현했으며, 몸집이 큰 종은 1억6천500만년 전 지금의 중국 지역에서 살던 신지앙티탄(Xinjiangtitan)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다리뼈가 몸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점에 근거해 지금까지 알려진 용각류 250여종 중 약 190종의 다리뼈 둘레를 측정해 전체 몸무게를 산출하고 계통도를 만들었다.
이 중 매머드와 팔라에오록소돈(Palaeoloxodon) 등 17∼25t에 달하는 대형 지상동물을 기준으로 이보다 큰 대형 용각류에만 초점을 맞춰 36개 계통 45종을 가려내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목과 꼬리 길이가 같은 종부터 몸집에 비해 불가능할 정도로 목이 긴 종, 코뿔소처럼 다부진 목을 가진 종과 기린처럼 빈약한 목을 가진 종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빨과 두개골의 형태로 알 수 있는 먹이와 화석 뼈를 현미경으로 분석해 얻은 성장률과 대사활동 등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일부 종은 현대 조류처럼 몸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뼈가 비어 있거나 가슴에 큰 공기주머니를 가진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용각류에게 큰 몸집은 더 높이 달린 먹이를 확보하고 다른 포식 공룡에게 잡아먹힐 수 있는 위험을 줄이는 이점을 갖는 만큼 각자 틈새시장을 노리며 진화를 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데믹 박사는 "용각류는 백악기 말에 (소행성 충돌로) 다른 공룡과 함께 멸종하기 전까지 경쟁자가 없을 만큼 몸집을 키웠다"면서 "용각류 중에서도 가장 큰 부류는 이빨과 머리 형태, 몸의 비율 등이 서로 달라 생태학적으로 독특했는데, 이는 서로 다른 틈새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몸집이 커지면 사냥감이 덜 되고 다른 동물이 도달할 수 없는 곳의 먹이를 확보할 수 있으며 먹이가 부족하거나 서식지를 잃으며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면서 "사람들은 중요하거나 위대한 발견이 100년 전에 이미 이뤄진 것으로 생각하지만 지금이 바로 고생물학 발견의 황금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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