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추가 동원령 관측 속 점령지 마리우폴에 징집절차 시작된 듯

입력 2023-05-09 15:31
러, 추가 동원령 관측 속 점령지 마리우폴에 징집절차 시작된 듯

"신체검사 통지서 발송…8월까지 징병 계속될 것"

전쟁 공식선포? 동원법 발동?…푸틴 전승절 선택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9일 전승절을 추가 동원에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일부 점령지에서 징집 절차가 개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전쟁 후 러시아에 점령된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 측 망명 시의회는 러시아 측 행정당국이 러시아 여권을 지닌 주민을 군대에 동원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마리우폴 망명 시의회는 성명을 통해 "마리우폴에서 동원이 시작됐다"며 "주민들이 스스로 이런 사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공공 부문에 근무하는 남성들이 러시아군 병참부에서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위탁서를 먼저 받았다고 설명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작년 9월 자국 영토로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 속한 동남부 항구도시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도시 전체를 포위하고 초토화하는 방식으로 마리우폴을 점령했다.

합병과 재건 과정에서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와 동질감을 느끼게 하려는 선전 속에 주민이 러시아 여권을 쉽게 얻도록 하는 입법도 이뤄졌다.

마리우폴을 관할하는 도네츠크주에 설립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정부의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앞서 3월 31일 점령지 내 러시아 시민의 동원을 허가하는 포고령에 서명한 바 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망명시장은 "징병 위원회가 가동하기 시작해 점령자들은 벌써 '병역의무'를 다하지 않은 시민을 찾고 있다"며 "적들은 8월이 될 때까지 징집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전승절을 맞아 우크라이나전을 위한 동원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승절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물리친 기념일로 전통적으로 대중의 국수주의가 고조되는 때다.



서방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선동에 유리한 이 시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전 성과를 강조하거나 적대행위를 강화할 것으로 본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국장인 제임스 닉시는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5월 9일은 자국민들에게 과시하는 날이자 야당을 겁주는 날이며 그 시가의 독재자를 기쁘게 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전승절 선택지로 공식적인 전쟁 선포나 동원법 발동 등을 거론한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주민들을 해방하기 위한 '특별군사작전'으로 칭하며 '전쟁'이라는 말을 금지해왔다.

전쟁이 공식적으로 선포되면 계엄령을 통해 국가 전체를 우크라이나전을 위한 동원체제에 편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 내 반전 여론을 본격적으로 자극하는 등 푸틴 대통령에게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 병력 부족을 해소할 수단으로 동원법을 발동할 수도 있다.

이 법률은 러시아가 침략이나 직접적 침략 위협을 받는 경우, 러시아를 겨냥한 무력 분쟁이 발발하는 경우 전면적, 부분적 동원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동부에서 패퇴한 뒤 병력이 부족해지자 작년 9월 예비군 30만명을 대상으로 한 부분적 동원령을 내린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용병단 바그너 그룹을 통해 복무 후 출소를 조건으로 죄수를 모집해 격전지에 투입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전은 그 뒤에도 결국 장기 소모전으로 흘러 사상자 수는 계속 늘어났다.

미국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전 사상자가 10만명이며 전사자가 2만명이 넘는다고 이달 1일 브리핑에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가 점령지를 탈환하겠다고 예고해온 대반격이 본격화하면 사상자 급증으로 병력 부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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