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조원 현금 보유 석유메이저, 투자 피하고 배당에 힘 실어"
불확실한 전망에 투자에 소극적…WSJ "버핏 등에게 돈 몰아줘"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글로벌 석유 및 가스 업체들이 역사상 거의 전례가 없을 정도로 최근 돈을 산처럼 쌓아놓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 탓에 이전과 달리 시추 등 신규 사업보다는 투자자들에게 배당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명 '빅 오일'(Big Oil)로 불리는 전 세계 6대 메이저 석유회사는 올해 1분기 말에 거의 1천600억 달러(212조원)의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6대 석유회사에는 이탈리아의 에니(Eni), 프랑스의 토탈에너지, 영국의 셸과 BP, 미국의 셰브런과 엑손모빌이 포함된다.
국영 기업들과 더 작은 업체들이 가진 것도 수십억달러 이상이다.
글로벌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팩트셋(FactSet)의 자료를 보면 셰브런과 엑손모빌은 그러한 자산 483억 달러(64조원)를 갖고 있다.
올해 초에 비해 10억 달러나 늘어난 규모다.
물론 이들 업체가 이런 현금을 쌓게 된 데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 급등 요인이 크다.
올해 들어 미국의 원유 가격은 9%가량 떨어졌고, 석유 및 관련 업체들은 추가 유가 하락에 대비하려는 목적으로 현금 보유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은 배당을 원했고, 경영진은 이전의 배당 자제에서 방향을 돌려 투자자들의 요구에 응하기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예컨대 셰브런과 엑손모빌은 올해 1분기에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으로 148억 달러를 썼다.
반면 설비투자에는 절반을 조금 넘는 84억 달러를 투입했다.
이들보다 작은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코노코필립스와 다른 48개 상장 석유 및 가스 기업은 지난해 4분기에 사용한 현금의 42%를 주주환원에 썼다.
설비투자 몫은 35%에 그쳤는데, 2020년 1분기 만해도 그 비중은 67%였다.
이 때문에 세계의 석유 수요가 수십 년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수년간은 갈 것이라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같은 이들에게 현금을 몰아주고 있다고 WSJ은 꼬집었다.
업체들의 이런 자금 운용은 고금리 현상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울프 리서치(Wolfe Research)의 애널리스트 샘 마골린은 WSJ에 높은 금리가 석유업계 경영진의 생각을 바꿔놓고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현금을 털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덜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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