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日전문가들 "기시다, 성의 보여" vs "불충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박상현 특파원 = 일본의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대응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가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성의를 보였다"고 긍정적 평가한 반면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불충분"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징용 해법 결단에 따른 기시다 총리 나름의 성의 있는 호응으로 ▲ 징용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 표현 ▲ 한일 정상 히로시마 한국인원폭피해자위령비 공동 참배 ▲ 한국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 수용 등을 꼽았다.
반면 기무라 교수는 "적극적으로 외교에 임하려면 (징용 관련) 사죄 언급이라는 결단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일본 정부의 소극성이 아쉽다"고 말했다.
◇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
전체적으로는 3월 6일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에 윤석열 대통령이 도쿄에 와서 정상회담을 가진 지 두 달도 안 된 사이에 기시다 총리가 서울에 가서 또 회담한 것만으로도 양국 관계 개선 모멘텀이 더 확실한 것이 됐다. 그런 면에선 의미가 있는 방문이었다.
안보와 경제에선 양국이 같은 방향을 향해서 달리고 있는 것을 재확인하고 더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확신을 가지게 됐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쪽에 상당한 기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1998년 한일 공동선언과 역대 일본 내각의 담화에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이 있다. 그 표현을 기시다 총리가 언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자민당 내 우파를 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는 사견을 전제로 징용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표현함으로써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호응을 보여줬다. 상당히 고심했다는 흔적이 많이 보였다.
기시다 총리가 정말 잘 판단한 것은 히로시마 한국인원폭피해자위령비를 윤 대통령과 함께 참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위령비를 두 정상이 같이 참배하면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배려하고 있다는 증명도 된다.
후쿠시마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 관련 한국 사찰단 파견을 수용한 것도 기시다 총리가 잘 판단했다고 본다.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 내 불안감이 훨씬 고조돼 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의 성의를, 나름의 노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한국 국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윤 대통령의 적극성, 기시다 총리의 소극성이 드러났다. 한국이 요구하고 일본이 그에 대응하는 형태였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 실현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일본은 그럴 만한 과제가 없었다고 본다.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불충분하기는 했지만, 한국은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과 후쿠시마 원전 시찰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일본은 구체적으로 얻어낸 것이 없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한일관계 개선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 '셔틀 외교'에서는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이 원하고자 하는 바를 얻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요미우리신문 기자가 2018년 레이더 조사(照射) 문제에 대해 질문했는데, 기시다 총리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안보 협력을 강화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무언가는 없었다.
기시다 총리가 사견을 전제로 '마음이 아프다'고 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인다.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아니라고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사죄나 반성을 말할 수 있지만, 의지가 없다.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가능성도 있고, 자민당 내 힘의 균형을 고려한 발언 같다.
외교는 한쪽만 이야기해서는 업그레이드가 안 된다. 일본도 적극적으로 한일관계에 응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외교에 임하려면 사죄 언급이라는 결단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 정부의 소극성이 아쉽다.
현재의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정권 시절과 달리 외교 정책의 지향점이 없다고 판단된다. 오는 19∼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히로시마는 기시다 총리의 홈그라운드이지만,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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