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사관·中관영지 이례적 항의공방…"보도유감" vs "용납불가"(종합3보)

입력 2023-05-08 19:45
韓대사관·中관영지 이례적 항의공방…"보도유감" vs "용납불가"(종합3보)

尹방미 거친 비판에 대사관이 공개 항의하자 환구시보, 맞불성 항의사설

韓대사관 관계자 오늘 재차 '유감' 표명…中외교부 "보도내용, 민의 반영"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주중한국대사관과 중국 관영매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관련 보도를 둘러싸고 상호 '항의' 공방을 벌였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그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윤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비방을 문제 삼은 주중한국대사관의 지난 4일 자 항의 서한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박 사설을 실었다.

두 신문은 8일 자 공동 사설에서 대사관의 항의 서한에 대해 "이런 격렬한 정서와 선을 넘는 언사는 외교기관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며 "다른 나라 매체의 독립적 보도에 대해 난폭하다고 할 만한 방식으로 간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의 서한에서 제기한 관점과 지적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설은 "주중 한국대사관이 이례적으로 '항의'를 한국 언론에 공개해 한국에서 여론이 들끓고 있는 만큼 우리는 공개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한 간에는 일부 사안에서 이견을 피하기 어려운데, 문제는 그것을 떠들썩하게 키울 것이 아니라 이견을 어떻게 해소하거나 관리·통제하느냐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국 정부(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미·일 등의 지역 안정 파괴에 영합하고, 대만 문제 등 중국의 주권이 걸린 중대 의제에서 여러 차례 잘못된 발언을 하며 중국 내정을 거칠게 간섭한 데 이어 중국 언론에까지 화력을 조준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한국 외교가 이런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그 결과는 중·한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미국, 일본 앞에서 국격을 잃는 체면 손상 문제뿐이 아닐 수 있다"며 동북아 정세가 한층 더 균형을 잃고, 심지어 붕괴할 수 있으며, 그것은 한국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솔직히 말해 한국 외교 당국이 진정으로 국제 정치의 현실을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는지, 중한관계의 건전하고 성숙한 발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런 '항의'(대사관의 항의)에는 우리도 '항의'를 표한다"고 사설은 언급했다.

두 매체의 항의 사설에 대해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8일 "우리 정상과 외교 정책에 대한 무리한 비난에 대해 재발 방지를 촉구했는데, (환구시보 등이) 그것을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과 함께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중관계의 상호 의존성과 호혜성, 건강하고 성숙한 발전을 위해서는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상과 외교정책에 대한 중국 관영지의 무리한 비난 기사들은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 외교부는 8일 왕원빈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환구시보 등의 최근 한국 관련 보도에 대해 "중국 정부 입장을 반영하지 않지만 중국 국내의 민의를 반영한다"며 관영 매체들의 한국 관련 논조를 사실상 지지했다.

왕 대변인은 "근래 중·한 간의 부정적 여론은 애초 불거져서는 안 될 것인데, 그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두 분명히 알고 있다"며 "근원을 잘 관리하는 것이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는 데 있어 관건이며, 이를 위해 한국 측이 더 많은 건설적인 노력을 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주중한국대사관은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가 최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활동과 관련한 보도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쓰고 근거 없는 비난을 했다며 두 매체에 공식 항의하는 서한을 지난 4일 발송하고, 이튿날 그 사실을 한국 언론에 공개했다.

대사관은 항의서한에서 환구시보 등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부적절한 어휘를 사용해 우리 정상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매우 치우친 시각에서 객관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폄훼"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저급한 표현까지 동원해 우리 정상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일부 내용은 언론의 보도인지조차 의심케 할 정도"라며 "만약 한국 언론이 중국 지도자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비난하는 보도를 연일 게재할 경우 중국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신중히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사관은 이어 환구시보 등의 보도가 "한중관계의 건강하고 성숙한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양 국민 간 부정적 인식을 조장할 뿐인 바, 글의 게재에 있어 더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보도가 한중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관한 모든 책임은 귀 신문사에 있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사로 강한 민족주의 성향과 강경 대외정책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외교 문제 등으로 인해 당국자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껄끄러운 중국 정부의 '속내'를 기사와 사설로 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윤 대통령의 방미 전 로이터 통신 인터뷰의 대만 관련 발언 내용,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윤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 등에 대해 연일 거칠게 비난했다.

두 매체는 지난달 23일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라는 제목의 공동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방미 전 대만 관련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환구시보는 지난달 28일자 사설에서 "역대 한국 정부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대한 민족적 독립 의식이 가장 결여됐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 방미는 그 평가를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0일 북·중·러의 보복이 한국과 윤 대통령에 '악몽'이 될 수 있다고 썼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지난 4일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 문제를 지적한 윤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 발언에 대해 업그레이드된 한미동맹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을 찾으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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